여행기
-
고빈의 '만나게 될거야'책|만화|음악 2012. 3. 26. 02:24
좋은 책과의 만남은 좋은 여행의 느낌과 비슷하다. 책장을 넘겨 점점 활자에 빠져들며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마음은 낯선 여행지에 내려 그 골목의 향기, 생소한 말투의 언어, 이국적인 풍광에 젖어들며 발을 내딛는 기분과 많이 닮았다. 처음멘 어색하고 두렵고 집중도 안되는 산만함의 연속이지만, 점점 그 속에 적응해가며 녹아들수록 그 세계는 내 것이 되어간다. 그리고 내가 아는 세계는 그만큼 넓어진다. 게다가 그간 자기본위로 받아들이던 시각을 털어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그 비밀의 시공간과의 조우는 다양하고 독특한 충격과 감동을 안긴다. 책과 여행은 성찰이자 고해(告解)고, 이면의 기록인 동시에 활력소다. 이를 한번에 접할 수 있는 여행기나 견문록은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경험인..
-
조광열의 '유럽, 작은 마을 여행기'책|만화|음악 2012. 2. 26. 17:04
마음이 울적하고 지칠 때, 혹은 결딜 수 없이 무료한 일상의 무게에 숨이 막힐 때, 집을 나서 아무 버스에 올라탄다. 지하철도 괜찮다. 될 수 있으면 듣도 보지도 못한 생소한 번호나 익숙하지 않은 노선 색깔을 추천한다. 그렇게 내 생활 반경에서 벗어나 전혀 가보지 않았던 지명의 역 앞에서 내려 마음이 가는 출구로 나가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평범한 주택가일 수도, 시끄러운 공장 주변일 수도 있고, 학생들과 주점으로 가득찬 대학가일 때도, 외국인 노동자와 취한 자들이 휘청대는 우범지대일 때도 있다. 더울 땐 아이스크림 하나 손에 쥐고, 추울 땐 붕어빵에 호떡, 혹은 포장마자에서 따라주던 종이컵의 오뎅 국물을 추천한다. 그렇게 돌다 힘들면 옛날 목욕탕에 들러 한가한 오후의 때를 벗겨내도 되고, 낡은 오락실에 ..
-
김영주의 '캘리포니아'책|만화|음악 2007. 7. 16. 17:26
좋은 여행기는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책장 하나 하나 넘길 때마다 지은이의 발자취에 따라 그 감흥에 같이 도취된다. 잘 찍은 사진 한장 같이 실려 있으면 더욱 좋다. 나즈막히 음악을 틀어놓고 여유롭게 보는 게 여행기다. 새로운 풍광과 문화를 받아들이기에 가장 좋은 건 시간이다. 여행기도 그렇게 여행하는 기분으로 널널하게 읽어야 한다. 잠깐씩 책을 덮어 그 곳을 상상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짬이 필요하다. 잡지쟁이 김영주가 쓴 [캘리포니아]는 충실한 여행기가 아니다. 그러나 정석대로 씌여진 여행기는 재미없다. 하루키가 [먼 북소리]에서 유럽에 대한 한가로운 일상을 담아낸 것처럼 그녀 역시 여기서 캘리포니아에서의 행복한 자유로움에 대해 시시콜콜 털어놓는다. 시행착오와 에피소드 속에 풍광과 문화를 스케치한 촘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