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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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의 '여행을 떠나자'책|만화|음악 2011. 1. 8. 07:59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날은 여전히 춥고 매섭다. 차가운 바람 아래 숨은 내일을 찾아보려 기웃대지만 뚝 떨어진 기온이 이내 그 작은 움직임마저 멈추게 만든다. 아직은 이불 속 뜨끈한 온기가 그리울 때. 변화를 맞이했음에도 자꾸 밍기적거린다. 빳빳한 새 달력 아래 큼지막히 적힌 년도가 생소하다. 학창시절에 읽던 SF 소설 속 숫자다. 몇 번의 시도 끝에야 간신히 저 숫자가 올해라는 걸 연관짓겠지. 달라진 게 전혀 없는 일상이지만 그렇게 변화는 조금씩 다가온다. 인식하고 인정하고 다시 인식하고 인정하고. 천천히 익숙해지는 작업이 새해에 내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다. 그리고 그건 마치 여행을 떠나는 것과 비슷하다. 달라진 주변 환경에 눈을 크게 뜨고 불안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두근 반 세근 반의 심정으로 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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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모토 쓰무구의 '하늘색 히치하이커'책|만화|음악 2008. 5. 19. 23:55
사춘기가 조금 늦게 왔는지 스물살 무렵, 한번도 가출 생각을 하지 않던 내게 도피에 대한 충동이 몰려왔다. 나를 감출 수 있는 곳, 그리고 나를 모르는 곳으로의 일탈을 꿈꾸고 바랬던 것이다. 조금 더 자유스러워지길, 조금 더 넓고 깊어지길 원했던 만큼 그 도피는 자연스럽게 짧은 여행으로 이어지곤 했는데, 그 때마다 차나 자전거, 바이크와 같은 탈 것에 꽤나 깊은 의미를 두곤 했다. 나랑 연결된 세계를 이어주는 단 하나의 끈이자 새로운 세상을 인도하는 안내자라 믿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판당고]나 [하늘색 히치하이커]에서 나오는 푸른색 59년형 캐딜락도 멋과 낭만을 떠나 그런 젊은 혈기의 판타지와 동경이 숨어있는 거라 생각했다. 짧으면서도 긴 인생길에 오르며 수십번의 도피처를 찾아 헤매는 여행 속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