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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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형 인간.잡담 2008. 11. 12. 03:29
고양이는 잘 안다. 이 사람이 고양이형 인간인지, 개형 인간인지. 흘끗 빠르게 지나쳐가는 길고양이들의 눈엔 항상 그걸 묻는 질문이 서려있다. 넌 어느 부류니? 하고. 인간과 어울려 살기 시작하며 그들은 자체적으로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는 레이더를 탑재하게 되었다. 그들만의 커뮤니티 속에서 그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하며, 리스트를 업데이트해간다. 그래서 세계 어느 나라가 되었건, 새끼건 어미건 암컷이건 수컷인건, 고양이들은 잘 안다. 마주 쳐다보고 있는 인간이 어떤 놈인지. 다가갈지 말지를. 나? 난 개형 인간이다. 포커페이스도 안되고, 칭찬 받긴 더럽게 좋아하며, 우울하면 팍팍 티내는. 낯은 가리지만 친해지면 막 침을 묻혀줄 것 같은 그런, 서먹함 따윈 던져버리고 싶은. 그러나 고양이를 무지무지 사랑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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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게더스의 '파리에 간 고양이'책|만화|음악 2008. 7. 3. 23:30
이 책을 보면 안되는 거였다. 후배 이슬이가 건네줬을 때도 마다하고 거절했어야 한다. 아니, 내게 일단 고양이에 대한 얘길 꺼내면 안된다. 기르지도 않는 동물에다가 이름까지 붙여가며 불러 제끼는 판에 이 책을 읽으니 콜라에 멘토스 빠트리는 꼴이요, 설사에 관장약 먹는 셈이 되고 말았다. 지금 난 애타게 주위를 돌러보며 '안토니오 까를로스 복남'을 부르고, 베개를 고양이 삼아 실성한 사람처럼 쓰다듬고 있다. 어머니께선 이런 내 모습에 눈이 시린지 꼴깝 떤다며 방을 나가셨다. 게더스는 행복한 양반이다. 내가 가장 기르고 심은 고양이 중에 하나인 스코티시 폴드를 기르며 이런 유쾌한 글마저 썼으니. 이게 바로 기쁨이요, 인생의 즐거움이 아닐까. 고양이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래서 고양이도 묘(猫)요, 묘하다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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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까를로스 복남.잡담 2007. 8. 27. 22:54
고양이, 기르고 싶다. 미치도록. 고양이 관련 서적도 도서관에서 빌려서 탐독했고, 고양이 관련 카페에도 가입했다. 매번 웹서핑 중 일정 시간은 고양이 사진 보는 데 쏟는 것 같고, 때론 각종 고양이 상식 좀 늘리려고 공부 아닌 공부한다. 심지어 길가다 길냥이라도 납치해볼까 두리번거린 적도 몇십번이다. 문제는 가족들이 모두 고양이를 싫어한다는 것. 그래서 내 시도는 언제나 시도에 그치고 만다. 왜 우리집 식구들은 고양이를 싫어할까. 아니죠~~ 동물 자체를 싫어한다. 털 날리고, 똥 못 가리는 생물 자체들을 극도로 기피한다. 더럽고, 하등하고, 징그럽다는 게 그 이유. 암만 그렇지 않다고 인터넷 켜놓고 사진과 동영상 보여주며 교육 아닌 교육을 시켜도 도로아미타불. 미치겠다. 에드거 알란 포우의 영향도 무시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