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콜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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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중의 '비어 헌터 이기종의 유럽맥주 견문록'책|만화|음악 2010. 9. 21. 05:31
다리 부상 이후 알콜을 전혀 입에 대보지 못한 관계로, 술에 관계된 책이라도 읽으면 그런 갈망이 좀 가시겠지 싶어 집어들었는데 오판이었다. 세상에 이런 둘도 없는 미련한 짓이라니. 한밤중에 음식 짤방 보고 잠 못이루는 밤을 맞이하는 기분에다 때 마침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전기통닭 냄새가 스며드는 꼴이었다. 눈으로 그리고 활자로 읽는 맥주의 부드럽고 알싸한 목넘김이란 참 메마른 체험이도다. 귀에선 벌써 쏴아아 하니 탄산이 올라오는 환청이, 손에는 공기와 맞닿아 촉촉히 이슬이 맺히는 기분좋은 착각이 생생했다. 목울대가 절로 젖혀지며 마른 침이 넘어가는 나는야 디오니소스의 승냥이. 오 제발 한 모금이라도 실제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렇게도 실감나게 써놓으면 읽는 사람들은 어찌하라고. 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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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산을 향하다.잡담 2009. 7. 26. 23:38
어제의 술기운도 다 떨쳐내지 못한 채, 소요산을 향했다. 의정부를 지나 동두천을 지나 한참을 더 가야 나오는 1호선의 진정한 종착역.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얼마나 많은 체력이 소요될지 알지 못한 채 떠난 길. 그저 막연한 일상타파의 기운만이 물씬 풍기는 하루 코스의 간단한 여행이었다. 한참을 오르며 쉽게 지치는, 금새 방전되는, 마구 소요되는 저질 체력을 한탄하다. 그나마 숲에서 발산하는 피톤치드가 알콜기를 마구 정화시켜주더라. 문제는 내려와서 다시 술을 보충했다는 거. 10여년만에 이틀 연짱으로 마시고 사망하시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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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송강호.잡담 2009. 7. 9. 23:07
홍대 앞에서 오랜만에 친구들과 한잔 꺾던 날, 화장실 앞에 떡하니 보이는 광고 사진에 술이 번쩍 깨었다. 아니 이건 '박쥐' 송강호?!! 볼펜으로 쓱삭 대충 줄만 그어댔는데, 그 라인이 어찌나 잘 살았는지 영화에서 혈액 쭉쭉 빨아대던 그의 섹쉬하던 자태가 떠올라 찬탄을 금치 못했다. 그 와중에서도 드는 생각은 역시 사람들, 학창시절 교과서에 낙서하던 그 미술적 재능을 어디 버리지 않고 고스란히들 가지고 있구나. 왠지 모를 안도감이 불쑥 찾아왔다는..;; 그나저나 동동주 숙취, 장난이 아니다. 푸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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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잡담 2009. 6. 14. 20:37
친구가 결혼했다. 술을 마셨다. 새벽까지 달렸다. 깨보니 목감기 기운이 있다. 비실거리는 몸을 탔했다. 약을 먹었다. 잠을 잤다. 그래도 나아지지 않는다. 문득 신종플루가 떠오른다. 무섭다. 무서운 작업이 끝났다. 새 작업을 해야 한다. 뭘 해야 하나 고민이다. 돈이 부족하다. 일자리는 없다. 아니 내게 의지가 있나 모르겠다. 어제 잘된 친구가 떠오른다. 거나하게 취해 미래를 이야기하던 그. 녀석이 부럽다. 잘됐으면 좋겠다. 결혼한 녀석의 상기된 표정도 잊을 수 없다. 어제의 취기가 다시 오른다. 그 떠들석했던 분위기도. 다시 목이 아파온다. 아프다. 매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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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쓴 이유.음식|스포츠 2008. 4. 27. 22:28
술이 쓴 이유는 화학적인 설명으로만으로 부족하다. 술이란 매개체를 통해 진심을 털어놓는 사람들의 자태가 답답하고 안타까워 그런 거다. 취기를 빌어 내 굳게 닫힌 가슴에 꽁꽁 열려있던 진심이 누수되길 바라는 비겁한 마음 때문에 자조 어린 쓴 맛이 드는 거다. 솔직하지 못한 내 자신과 과장된 연극배우 탈을 쓴 자아의 껍데기에 건배를. 술이 단 이유는 그런 모습을 잊기 위해서다. 자꾸 마시면서 쓴 맛을 잊듯 내 진심을 지워버리는 거다. 그래서 술은 쓰고 단 맛이 나는 거다.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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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루아 코크.음식|스포츠 2008. 4. 8. 04:12
폭음을 피하는 대신 차선책으로 택한 건 즐길 수 있는 걸 마시자는 생각이었다. 더군다나 밖에서 양 조절은 절대 무리. 그렇다면? 안으로 들이는 방법뿐. 맥주는 배부르고, 탁주는 머리 아프고, 와인은 돈이 없다. 그래서 택한 게 깔루아였다. 리큐어(Liqueur)기에 오래갈 거 같고, 칵테일을 만들만한 재주와 현란한 곡예가 없어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깔루아 밀크와 코크가 있기 때문에. 아주 소량의 깔루아(밥 숟갈 두 세 스푼 정도)에 그날 그날 냉장고에 잠 자고 있는 우유와 콜라를 취향에 따라 골라잡으면 끝! 둘 다 알콜기는 거의 없는 음료에 가깝지만, 뭐랄까 기분좋게 마실 수 있는 하루의 활력제 정도랄까. 크으~~ 이러다 알콜중독이 되는 건 아닌가 슬쩍 겁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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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백태 Alcohol百態.음식|스포츠 2008. 3. 2. 23:49
만화경 세상. 알록달록 빛나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시야에서 의지는 나약하기만 할 뿐. 쓰디쓴 자극은 목구멍을 타고 넘어와 신경을 마비하고, 감각을 극대화한다. 확장된 혈관을 마하 2.45의 속도로 지나는 알콜은 온 몸에 퍼져 현실을 판타지로 둔갑시킨다. 잔상 효과와 다중 노출은 기본, 어지럽게 흔들리는 핸드헬드 무빙에 사운드는 에코가 걸리니 아주 진상이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거북이와 시합하던 토끼와 원조교제하고, 오즈의 마법사가 아더왕을 도와 엑스칼리버를 뽑자, 도로시는 피터팬과 결혼해 홍길동을 낳으니, 호형호부에 목마르던 그가 섬에다 모로 박사를 초청해 돌연변이들을 길러내더니, 훗날 그 섬에 비행기가 불시착하고 마는데, 생존자들이 미스테리를 추적하다 소년 로빈슨 크루소가 구해주더라. 15소년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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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년회.잡담 2007. 12. 23. 03:11
한국 사회에서 금주나 절주는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지금같은 연말 망년회 시즌에, 나 같은 의지박약은. 사회에서 왕따 당할 거 각오하고, 친구 몇놈 의절을 결심한다면 몰라도, 이 사회의 일원으로 무사히 잘 버티기 위해선 술이란 입장권을 마다해선 안된다. 건강 정도는 가볍게 희생해주는 건 센스. GR발광에 발버둥 쳐봤지만, 금주와 절주는 여전히 내게, 이 사회엔 어려운 숙제다. 그나마 위안거리가 하나 있다면 예전에 비해 주량이 대폭 줄었다는 거. 궤짝으로 놓고 퍼마시던 주당 9단의 실력 발휘를 하던 게 아니라서 줄은 주량이 티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줄여나간다면 반드시 금주에 성공하지 않을까? 아니, 절대 불가능하다는 거 안다. 아주 잘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