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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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범의 '아저씨'영화|애니|TV 2010. 8. 26. 23:30
뒤늦게 400만 신화에 합류했다. 남들 다 본 거 유행에 뒤쳐지는 것도 그렇고, 복수담이나 자경단류의 영화들도 좋아하는 편이고 해서. [열혈남아]때도 그랬지만 이정범 감독은 별다른 잔재주없이 우직하니 앞을 향해 걸어간다. 목표물을 설정하고 제거해 나가는 원빈의 고독한 뒷모습처럼. 그리고 그건 기성품스럽지만 꽤나 볼만하다. 스타일리쉬하진 않지만 원빈이 슈트입고 총쏘고 칼질하는 건 그 자체가 光빨 비주얼이니 관객들은 좋아라 할테고, 레옹의 그림자를 뒤집어쓴 내러티브의 후까시 역시 잘 먹히는 거니까. 문제는 감정이다. 김새론과 원빈과의 화학 작용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고, 또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는 거.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얼굴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그의 말처럼 원빈은 오로지 처단과 응징에만 관심이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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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방위 초년병.잡담 2010. 3. 30. 15:55
예비군이 끝났다. 이젠 민방위다. 군복 입고 훈련장과 동네를 어슬렁대던 것도 추억거리. 구청 강당에 앉아 강사 말씀만 주구장창 듣게 되었다. 청춘은 어디 가고 주위엔 다들 양복 입고 넥타이 맨 채 오후 출근을 기다리는, 아저씨 냄새 풀풀 나는 양반들만이 가득할꼬. 워낙 늦게 자는 탓에 잠깐 눈 붙이면 못 일어날 것 같아 아예 밤새고 나갔다. 강사님 말씀은 산들 산들 자장가. 덕분에 집중력 있게 잘 수 있었다. 삭신이 조금 쑤시지만 그래도 다같이 머리 맞대고 자는 광경은 제법 장관이었다. 혼자 외로이 떠드는 강사님도 속으론 그렇게 생각했을지 모른다. 이것도 마흔이면 빠이빠이다. 근데 마흔도 얼마 안 남았다. 끔찍하다. 이제야 슬슬 졸립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