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
길 잃은 밤.잡담 2012. 5. 22. 04:42
길을 잃어도 곧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오랜 기간 숙달된 감각은 마치 몸의 일부같아서 결코 잊을 수 없는 거라 배웠다. 그래서 낯선 풍광과 서늘한 적막이 온 몸을 휘감아도 절대 당황하지 않았다. 이내 익숙해질 거고 그럼 당연하게도 방향이 눈앞에 자연스레 펼쳐질거라 여겼다. 짙은 안개와 험한 바람은 잦아들고, 어둠이 가시고 밝은 태양이 뜨면 길은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그 어떤 달콤한 유혹과 끔찍한 고통에 굴하지 않는 굳은 심지와 앞으로 나아갈 두 다리, 그리고 지도와 식량을 여물게 거머쥔 여력의 팔만 건재하다면 문제될 것이 없었다. 하나 간과한 게 있었다면 그건 바로 시간이었다. 왜 그땐 미처 알지 못했을까.
-
525,600분의 귀한 시간들.잡담 2010. 9. 5. 03:02
525,600분의 시간 중에 얼마나 많은 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걸까. 무의식적으로 여는 인터넷 창으로, 멍하니 틀어놓고 바라보는 TV CF로, 전자렌지에 음식 돌리는 그 짧은 텀으로, 컴퓨터 부팅하며 뜨는 멋대가리없는 MS 윈도우 로고 감상으로, 지하철이 오길 바라는 플랫폼에서, 또 버스 정류장에서 그리고 '날 화나게 만들지 마!!' 중얼거리며 이 끓어오르는 화를 폭발할까 참을까 어찌할까 순간적으로 망설이는 그 순간까지도, 525,600분의 귀한 시간들은 끊임없이 내게서 허공으로 사라져가고 만다. 생에 단 한번의 성공도 거두지 못했지만, 낙천적이고도 끊임없이 꿈을 꾸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조나단 라슨은 과연 그 시간들을 후회했을까. 얼마남지 않은 시한부임에도 멕시코로 암치료하러 간 장진영은? 모르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