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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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슬럼프.잡담 2010. 3. 7. 04:14
한 것도 없이 슬럼프다. 일상이 지긋지긋하다. 사실 그간 나태했다. 집중도 못했고. 인정할 건 인정하자. 그래, 달력만 보고 있었다. 그럴수록 초조함은 더 했고, 의미는 퇴색됐다. 행위가 행위로만 끝나는 순간, 반복이 시작됐고 미로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습관이 저주스러웠다. 버릇이 싫었고. 그걸 깨기 위해 난 더 불규칙해진다. 눈 딱 감고 모든 걸 부정했다. 생각하고 말하고 움직이기 싫었다. 철저히 굴을 찾고 있었다. 더 울고 넘어지고 다쳐야 하는데, 인큐베이터 속에서 버티며 옛날 사진 같은 안전한 삶을 꿈꾸고 있다. 마음껏 울어라! 어차피 남이 봐주고 닦아주지 않는 눈물, 그리 흉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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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잡담 2007. 11. 13. 03:45
스산한 바람이 불어 메리아스라도 꺼내 입으면 좋을 법한 요즘, 슬럼프가 불쑥 찾아왔다. 베르히만의 [산딸기]를 보며 감잡을 수 없는 난해함에도 선뜻 동조할 수 있을 것 같고, 라디오헤드의 노래가 구구절절히 가슴 속에 메아리 치는 그런 나날이 시작된 것이다. 사우나에서 떡실신 당한 것 같은 무거운 육체와 잘 모르던 수학 시험지 답안마냥 텅 비어버린 멍청한 정신. 그 둘이 조화된 무기력함은 꽤나 강력했다. 심야시간 지하철역에 드러누운 행려들처럼 퀭한 눈으로 시간만 죽치며, 삶의 영속성이야 어떻게 되던 상관없는 자세로 보내게 된다. 인생은 싸인 곡선이라는데, 왜 이리 평행선 같기만 한지. 그 동안 잘 방어해왔던 보람도 없이 한순간에 찾아온 슬럼프는 가을밤 귀뚜라미 울음소리만큼 더욱 더 깊어만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