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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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공드리의 '그린 호넷 3D'영화|애니|TV 2011. 1. 20. 23:01
미셸 공드리는 꿈꿀 때가 더 낫다. 그는 짧을 때가 더 좋다. 이런 전형적인 장르물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세스 로건은 루저가 어울린다. 그는 배가 더 나오고 머리가 더 빠글빠글해지면 웃긴다. 이런 전형적인 히어로물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주걸륜은 홍콩 영화가 더 멋지다. 그가 피아노 치며 노래를 불러주면 존재감 우뚝이다. 이런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캐머런 디아즈는 섹시한 백치미가 있다. 그녀는 코미디도 드라마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전형적인 여자 조연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크리스토프 발츠는 왜! 왜! 왜! 나온거냐. 이 영화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블랙 뷰티였다. 진정한 이 영화의 히어로! 저 사진 위에 있는 사람들 그리 열광해하지도 않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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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파브르의 '아이언맨 2'영화|애니|TV 2010. 4. 29. 22:45
쇳덩어리 간지남 아이언맨이 돌아왔다. 전편이 전장의 위기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후 인생관이 바뀌는 백만장자의 영웅담이었다면, 이번엔 자신과의 싸움에서 목숨을 걸고 이겨 인생관을 개척하는 백만장자의 영웅담이다. 모양새와 악당이 바뀌긴 했어도, 스케일이 더 커졌어도, 플롯팅은 크게 바뀐 게 없다. 토니 스타크의 최대 적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신체적 우월성이나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영웅이 아닌, 자신이 직접 만들고 개량해나가는 진화형이 영웅이라는 점도 타 히어로물과는 조금 다르다. 찌질하지도 우월하지도 않은, 쉬크함이 무엇보다 돋보인다. 그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악동스런 매력이 한몫하기 때문이라. 그리고 남은 건 언제나 그랬듯 쏘고 부시고 날라다니는 액션 활극의 한마당이다. 욕심 부리지 않은 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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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본의 '킥-애스'영화|애니|TV 2010. 4. 27. 19:16
쥑인다. 이거 물건이다. 온라인 표현으론 하! 님좀짱인듯. 내가 보고 싶은, 내가 만들고 싶던 슈퍼 히어로물이 이런 거였다. 비틀린 유머와 흉폭한 액션, 거기에 현실감 넘치는 궁상맞음과 찌질함이 겸비된 카타르시스까지도. 법과 규율에 엿 한방 매기고, 11살짜리 여자애의 학살에 불편하면서도 환호를 보내는 이중성이야말로, 히어로가 되지 못한 채 조회수만 올려대는 매스미디어와 대중을 조롱하며 처절하게 까댄다. 그러면서도 패러디와 변주를 잊지 않으며 히어로물의 컨벤션을 교묘하게 따라가는 정석적인 플롯 덕분에 상업성마저도 포기하지 않았다. 딱히 논리적으로 재단할 수 없는 이런 불균질의 미학과 충돌이야말로 이 영화의 가장 큰 에너지이자 힛팅 포인트다. 접대 문화에 익숙한 몇몇 검찰들에게 힛걸이 찾아갔으면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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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스나이더의 '왓치맨'영화|애니|TV 2009. 3. 19. 23:52
알란 무어의 '왓치맨'은 슈퍼히어로의 흥망성쇠이자 고백록이며 묵시록이다. 원작이 가진 깊이와 무게, 그리고 길이에 짖눌리지 않기 위해 영화는 달려간다. 쉴새없이 꾸역꾸역. 하나라도 빠질 새라 주의하며 심혈을 기울인 잭 스나이더의 열정은 마치 작정하고 만화책 한 장 한 장을 찢어 활동사진으로 만든 것 같다. [20세기 소년]처럼 원작자가 관여하고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물론 (그렇게 꼼꼼함에도 불구하고) 흘린 몇몇 부분과 다소 과도한 선곡의 음악이 거슬리긴 하지만 상관없다. 이 정도면 선방한 거다. 누가 80년대 냉전 시대의 핵공포 속 범죄의 그림자에 쩔은 슈퍼 히어로의 자아분열기를 911이 발생한지도 거의 10년이 되어가는 지금 만들려고 손을 대겠는가. 다만 잭 스나이더의 모범 답안이 훌륭한 선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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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영화|애니|TV 2008. 8. 8. 23:33
모두가 예를 외칠 때 아니오라 말할 용기가 있는가. 상업영화에서 그건 만용이다. 모두가 재밌다 끝내준다를 외칠 수 있게 만드는 힘. 그게 바로 상업영화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다. '다크 나이트'는 그 원대한 목표에 충실히 도달한 작품이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6번째 장편은 프란시스 포드 코플라의 '대부'를 처음 봤을 때의 쾌감을 지녔다. 탄탄하게 꽉 짜인 내러티브와 숙명과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캐릭터, 윤리적 딜레마와 철학적인 사유를 담아내는 디테일, 그리고 완벽에 가깝게 통제된 사실적인 연출력. 마지막에 오는 카타르시스와 전율까지도. 단순한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벗어나 장대한 범죄 스릴러로 향해가는 놀란의 야심은 여름피서용 블럭버스터를 넘어 단숨에 영화사 한 페이지를 장식할만한 마스터피스 반열에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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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버그의 '핸콕'영화|애니|TV 2008. 7. 4. 23:46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것들이 쏟아지듯, 영화도 진화하며 다양하게 변주된다. 요즘 각광 받고있는 슈퍼 히어로물 역시 지난 몇십년간의 큰 격동기를 지나(전통적인 토대를 쌓아올린 리차드 도너의 [슈퍼맨] 이후, 팀 버튼의 [배트맨]과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을 거쳐,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에 이르기까지) 단순한 황금알을 낳는 효자 상품에서 보다 넓고 깊은 스펙트럼을 지닌 - 신화적이고 철학적인 모티브의 '독립적인' 서브 장르로서 확고히 입지를 굳혔다. [핸콕]은 단순한 여름 대작 블럭버스터가 아닌, 그런 의미에서 엄연한 슈퍼 히어로물이다. 사실 슈퍼히어로물의 외피를 뒤집어 썼지만, [핸콕]이 노리는 지점은 믹히 봐왔던 슈퍼 히어로의 자아 성찰이나 개인적인 트라우마 극복기, 혹은 전형적인 권선징악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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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파브로의 '아이언맨'영화|애니|TV 2008. 5. 1. 02:29
여름이 왔다. 올해는 좀 빠르다. 철새도 아닌 것이 때 되면 영웅들도 같이 온다. 그래도 이들의 귀환은 언제나 반갑다. 스타와 화끈한 볼거리, 사랑 그리고 눈물과 배신, 성장이 담긴 종합선물 세트이기에. 목 빠지게 생일선물 바라는 아이 심정으로 두근두근 극장으로 향하는 마음은 나이 먹은 지금도 매한가지다. 올해 여름의 포문은 [아이언 맨]이 열어제꼈다. 난 그 선물 포장지를 신나게 벗겼고. [아이언 맨]은 잘 만들어진 슈퍼 히어로 영화다. 샘 레이미나 브라이언 싱어, 크리스토퍼 놀란 만큼의 내공은 없지만, 그렇다고 브렛 레트너나 마크 스티븐 존슨, 팀 스토리처럼 멍청하지도 않다. 존 파브로가 배우로서 고만고만한 코미디 조연 배우였는진 몰라도, 감독으로선 이미 앞선 두 편의 PG 등급 영화를 성공으로 이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