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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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다카코의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책|만화|음악 2009. 1. 9. 18:33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넓적다리 근육이 찢어져 뼈와 살이 분리될 것만 같은 전력질주 속에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경쟁자들 의식? 이거 보다 더 빠를 수 있을까 자기의심? 아님 맞바람에 대한 고찰? 1/100초의 차이에 울고 웃는 그들, 인간을 넘어 신의 영역 속에서 승부를 벌리는 도박사들의 속내가 궁금하다. 팔닥거리는 심장의 파동을 극복하고 지면과 맞닿은 발바닥 속에서 엄청난 제로백을 자랑하는 인간 치타들의 고민이.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는 제목 그대로 바람처럼 달리는 고교생들의 3년간의 성장담이다. 끝없이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땀내나는 청춘이 뭐가 그리도 재밌을까 싶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나 '800' 그리고 '스프린터'같은 소설과 만화가 꾸준히 나오는 걸 보면 러너스 하이(Ru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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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카미 겐이치의 '날개는 언제까지나'책|만화|음악 2008. 9. 21. 21:24
괴로움도 슬픔도 즐거움도 기쁨도 세월이 지난다고 바래지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더 묵힌 만큼 진한 향을 내며 새록새록 가슴과 머리에 아로새겨진다. 추억이란 그런 것이다. 청춘이 그런 것이고. 두근거리는 가슴과 뻑쩍지근한 풋사랑, 어깨를 두른 우정에 어른이 되는 방법을 찾았던 여정으로 정신없던 이팔청춘의 질폭노도 잔혹사가 아름답게 미화된다. 60년대 비틀즈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일본 촌구석 까까머리 아이들의 팔닥팔닥 숨쉬는 젊음을 담아낸 이 소설은 그 묵은 감정의 기억들을 찬찬히 보듬어낸다. 수수하고 낯간지러운 일상에, 치기어린 꿈과 희망이지만, 진심어린 열정과 순수한 감정만큼은 진짜였던 그 시절 이야기들을. 비틀즈 음악에 담겨진 그 감수성들을. 극적인 플롯과 강렬한 감정의 동화과정은 없지만, 오히려 그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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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시온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있다'책|만화|음악 2007. 10. 26. 17:08
막연한 생각이지만, 내가 소설을 쓴다면 이런 분위기를 찾지 않았을까. 경쾌하면서도 짜릿한 느낌이 있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에, 만화다운 상상력과 너무나 독특해 눈에 도드러지는 캐릭터가 한데 뭉쳐 찬란히 빛나는 봄날의 햇살 같은 소설을 말이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역전 경기를 다루고 있는 미우라 시온의 이 소설은 때론 [슬램덩크]같고, 때론 [허니와 클로버]에, 때론 [H2]처럼 섬세하면서도 열혈로 가득찬 청춘의 다양한 색깔을 생생히 재현해낸다. 젊음이란 한없이 불안하며 의심하고 부정하면서도 한계와 경계를 뛰어넘는 것. 그러기에 더없이 소중하고 아름답다. 서서히 젊음이 끝나가는 무렵에 서있기에 더더욱 절절하게 다가온지도 모르겠다. '글로 쓰여진 만화'라는 찬사답게 1, 2권 합계 700 페이지가 넘어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