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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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례의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영화|애니|TV 2010. 10. 26. 03:38
남자는 하늘이다. 안녕하십니까, 남하당 대표 박력남입니다. 엠씨- 임순례 감독의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감독이 여~~자인것 자체가 문제야! 어디 감히 여자가 영화를 만들라그래? 건방지게. 나땐 무조건 감독은 다 남자였어. 선글라스 끼고, 파이프 하나 입에 물고, 레디 액션 하면 그냥 막 [벤허]도 만들고, [대부]도 만들고 그랬지. 여자는 그냥 배우나 분장만 하며 감독 눈치 보고 그랬어. 그것만 해도 감지덕지 한데... 머어? 이임~순례?? 이이임수우운례에?? 어디 건방지게 장편을 세 편이나 찍어? 오승욱, 장준환도 7년 넘게 1편뿐이 못 찍었는데. 것다 공효진에 주목받는 신예 김영필을 막 쓰고, 감동과 유머, 불교적인 깨달음까지 잘 섞어버리면... 소는 누가 키울꺼야? 소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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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무라 쇼헤이의 '작은 오빠'영화|애니|TV 2009. 11. 20. 23:50
특유의 시니컬한 블랙 유머와 냉철하기 그지없는 사회인류학적인 시선을 잠시 거둬둔 채 따스한 감성으로 그 때 그 시절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네오 리얼리즘 색채의 영화. 이마무라 쇼헤이의 초기작으로 강렬한 화두와 주제 의식없이도 보는 이를 잡아당기는 은은한 마력이 일품이다. 그건 마치 예전의 [육남매] 드라마를 보듯 아릿한 기시감의 향수와 흰 쌀밥만 먹어도 배불렀던 과거의 진지하면서도 가슴 아픈 사연의 진솔함이 구김살없이 담담하게 그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에 담긴 시대의 아픔은 여전히 현재에서도 반복되며 곱씹을 가치에 대해 은연중에 드러내는데, 좋은 영화가 가진 힘은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앞서 그의 다른 작품인 [여현]과 [도둑맞은 욕정]을 놓쳐 안타까웠는데, 별 기대하지 않았던 이번 상영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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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무라 쇼헤이의 '검은 비'영화|애니|TV 2009. 7. 13. 23:59
1989년엔 두 편의 '검은 비'란 영화가 만들어진다. 하나는 할리우드에서 '블랙 레인'으로, 다른 하난 일본에서 '구로이 아메'로.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영화지만, 검은 비가 상징하는 바는 똑같다. 일본이라는 전후 상황에 대한 특수성. 이마무라 쇼헤이는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무뚜뚝한 화법으로 그 심각하고 무서운 원폭 피해 가족들과 동네 이야기를 때론 코믹하면서도 때론 애잔하고, 때론 섬뜩하게 담아내고 있다. 강렬한 대비의 흑백 화면은 올드한 시대 상황을 커버해주는 동시에, 인물들의 비극적인 정서를 더 부각시키며, 클로즈 샷이 거의 없다시피한 영화의 넓은 앵글은 동선의 미학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영화로부터 거리를 둬 객관화된 시점을 계속 유지한다. [간장선생] 때도 그랬지만, 묵직하고 민감한 상황의 이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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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 에이이치의 '13인의 자객'영화|애니|TV 2009. 2. 24. 04:51
소수가 다수와 싸워 이긴다는 이야기는 전통적으로 인기가 높았다. 위기와 시련 속에 더 크고 많고 강한 적들과 맞닥들이며, 미션 임파서블의 고개를 지나, 생사결의 문턱에서 해피 엔딩이라는 찬란한 햇빛을 맞이할 때의 쾌감과 희열은 주인공이나 관객이나 모두 일체화돼 느끼는 카타르시스의 농축액과 같다고나 할까. 일본 참바라 영화들은 사무라이와 막부 시대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이런 활극을 효과적으로 구사했다. 구도 에이이치는 구로사와 아키라와는 또 다른 결연하고 장중한 느낌으로 리얼리티에 입각해 인상 깊은 액션을 선보인다. 시네마스코프의 와이드한 화면에서 지미집이나 스태디캠도 없던 시절, 직접 들고 뛴 강렬한 핸드헬드로 담아낸 단내 나는 비주얼은 박진감 넘치고 생생하다. 몇 번의 칼질에도 쓰러지지 않고, 지칠 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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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라 타카시의 '권총은 나의 패스포트'영화|애니|TV 2008. 7. 23. 23:52
'시네바캉스 서울' 사이에 껴있는 일본영화걸작 정기무료상영회에 다녀왔다. 상영작은 통통한 볼살에 카리스마가 작살인 시시도 조 주연의 [권총은 나의 패스포트]. 쌍팔년도 작명 센스답게 대중적이고 통속적인 줄거리에, 간지 폭풍이 작열하는 후반부 액션 쾌감이 어우러진 오락 영화다. 60년대 B자 액션 영화들을 찍어내듯 양산해낸 닛카츠 영화사의 흥행작 중 하나. 인상적인 테마곡과 문학체적인 대사, 후까시 만빵의 폼생폼사 해결사 이야기가 아주 매력적이다. 스즈키 세이준처럼 자신의 낙인을 하나하나 새겨 명인이 된 감독이 있는가 하면, 노무라 타카시처럼 대중적인 필모를 쏟아내며 B급 오락 영화의 달인이 된 감독도 있으니, 어느 길이 더 낫다고 여길지는 모르는 일. 다만 닛카츠의 도래기와 쇠퇴기를 통해 B급 액션물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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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에 다녀오다 3.영화|애니|TV 2007. 2. 8. 04:26
어제, 아니지 또 하루가 갔으니 그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마지막 회를 다녀왔다. 상영작은 장 피에르 멜빌의 [그림자 군단 (완전판)]. 애초에 눈이 부어서 가지말까 고민하다 완전판을 필름으로 이번에 안보면 언제 보나 싶어 무리를 해서라도 다녀왔다. 역시나. 멜빌의 영화다웠다. 영화의 성격을 완전히 오해하고 갔다고나 할까. 난 레지스탕스 얘긴 줄 모르고, 그저 범죄 갱스터를 생각하고 갔더니, 느와르 색채의 리얼리즘 다큐멘터리 전쟁 영화더만. 아무튼 리노 벤투라 아저씨는 최고였다. 영화도 최고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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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에 다녀오다.영화|애니|TV 2007. 1. 23. 23:35
서울 시네마테크에 가서 '친구들 영화제' 중 김기영 회고전의 [하녀]를 보고 왔다. 그간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포기하던 차에 이번만큼은 반드시 보겠노라 여기던 참이었다. 역시나 기대 이상이랄까. [하녀]는 그로테스크함과 신파, 멜로와 스릴러의 변용이 이뤄내는 오묘한 맛이었다. 지금 이만큼 자신의 색깔과 상업성을 절묘하게 짜집어내는 한국의 감독이 얼마나 될까 싶을 정도로. [이어도]와 [고려장], [육식동물]을 놓친 게 아쉽다. 천천히 만날 기회가 있으려니 그렇게 여기는 수밖에. 누구 말대로 정말 DVD가 나와야 할 감독인듯... 그게 크라이테리언이라면 더할 나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