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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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진의 '청춘극장'영화|애니|TV 2009. 5. 14. 23:41
올해는 한국의 에드거 앨런 포이자 에도가와 란포, 김내성의 탄생 100주기. 물론 이를 위해 뽑힌 건 아니겠지만, 시네마테크 개관 1주기를 맞아 상영된 [청춘극장]은 그의 후기작 중 하나이자 탐정소설에서 벗어나 대중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린 통속극이다. 무려 59년, 67년, 75년에 걸쳐 세 차례나 영화화 됐을 정도. 이번에 상영된 건 67년 강대진 감독 버전인데, 그해 흥행 탑이자 60년대 전체 흥행 수익 9위에 랭크된 유명세에 비해 프린트의 조악한 화질 상태와 중국어로 더빙된 심각한 수준의 음질은 보는 내내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TV 주말연속극의 원형으로 봐도 좋을 만큼 신파의 본질을 보여주는 구조와 캐릭터, 신성일과 윤정희, 이낙훈 등 매력적인 배우들의 눈부신 열연은 과연 60~7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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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옥의 '마유미'영화|애니|TV 2009. 4. 21. 23:59
현재 시점에서 바라보는 신상옥의 [마유미]는 괴상한 작품이다. 만들어질 당시에도 순수하게 바라볼 수 없는 그의 의도가 또는 항변이 담겨있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 죽음으로 속죄하겠다던 김현희가 한달 전 공식석상에 나와 기자회견을 한 행태에 비춰봤을 때 더더욱 더 묘한 아이러니를 갖는다. 기록영화와 반공영화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신파 드라마의 외피를 두른 만듦새는 60년대를 주름잡았던 거장의 것이라 부르기조차 민망하다. 조악한 효과와 빈약한 내러티브를 떠나 선동/선전의 뉘앙스를 짙게 풍기는 영화 자체의 낡음이 고인들에 대한 예우와 넋마저 달래주지 못해 안타깝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 해도 만든이의 진실만큼은 우리 곁에 있어야 했다. 폴 그린그래스의 [플라이트 93]과의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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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길종의 '화분'영화|애니|TV 2009. 3. 3. 23:58
젊음과 부(富), 사랑이라는 다양한 욕망을 푸른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상징적으로 풀어내는 하길종의 눈부신 데뷔작. 초반 동성애적인 담론을 풀어내는 솜씨에선 이미 유하 감독의 [쌍화점]을 앞지르며, 후반으로 갈수록 대담한 점프와 생략, 그리고 사운드의 실험적인 시도를 통해 형이상학적이고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작가주의 관점엔 찬탄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계급주의와 자본주의의 끝없는 욕망은 역설적으로 부조리와 희망이란 결과를 만들어내고, 그 새로운 끝에서 관조자처럼 현실을 응시하는 하명중의 파릇파릇 피어나는 조각 같은 외모는 영화를 더욱 모호하고 신비스럽게 감싼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데뷔작인 만큼 85%를 찍었다 다시 재촬영한 작품인데(자세한 사연은 여기로), 이번 추모전에선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