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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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잡담 2009. 8. 15. 02:42
저녁 여덟시, 전화가 걸려왔다. OO씨 사랑해요. 절박한 목소리로 간신히 짜낸 목소리엔 젖은 울림도 함께 섞여있었다. 하지만 난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난 OO씨가 아니다. 그 비슷한 이름도 주위에서 들은 적이 없다. 그러나 바로 부인하진 못했다. 마지막 용기까지 탈탈 털어 고백하던 그 안타까움이 너무나도 컸기에. 구구절절했기에. 차마 잘못 거셨는데요 잔인하게 얘기해주지 못했다. 대신 잠깐동안의 긴 침묵 끝에 고맙다 말해주었다. 사랑은 희망고문이다. (이은미 노래처럼) 그 사람 나만 볼 수 있고, 내 눈에만 보인다. 너무 소중해 꼭 숨겨두고 가끔씩 차오르는 눈물만이 그 사실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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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고 슬프고 두렵다.잡담 2008. 5. 31. 02:42
학습은 두려움을 만든다. 실패를 알고 아픔을 느끼게 한다. 나이가 드는 건 내 자신의 약점을 알아간다는 것이다. 다시는 다치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의 반복인 셈이다. 그렇게 점점 겁쟁이가 되어간다. 게을러진다. 자기합리화만 늘어간다. 그래서 섣불리 누군가 좋아하기 어려워진다. 사랑이 다시 올까 궁금해지고 설레임이 사랑일까 되묻게 된다. 단지 그 피사체에 호감이 있던 건 아닐까 의심해본다. 하나 둘 배워가며, 알아가며, 생채기를 들여다보며, 이건 아닐꺼야 몰아간다. 그렇게 확신하며 다음을 기약한다. 그리고 포기하고 맞춰간다. 현명지는 대신 열정은 사라진다. 확실했던 과거 사실이 점점 흐릿해진다. 사랑은 확신에서 머무름으로 바뀐다. 그런거라 깨닫고 착각해간다. 그래야 살아간다. 나이가 들며 하나 둘 배워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