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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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리오의 '오아시스를 만날 시간'책|만화|음악 2010. 11. 13. 02:06
한때, 아주 정말 한때 음악을 해야겠다 맘먹은 적이 있다. 그건 계시였다. 기타 코드도 못잡고, 양손으로 피아노 건반을 눌러본 적도 없으며, 절대음감은 커녕 화음넣기나 돌림노래도 제대로 끝내지 못하면서 말이다. 댄스와 힙합, R&B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로지 브릿팝에 열광하던 이십대의 난 멍청할 정도로 무모했고, 황당할 정도로 게을렀다. 그러면서 꿈꾸기를 그치지 않았으니 세상만사 쉽게 적응할 리 없었다. 대체복무시절 어설프게 화성학 책을 보며 공부하던 동갑내기 후임과 박사를 준비하던 나이 꽤 드신 시간제 강사 후임을 꼬드겨 카피밴드부터 차근차근 밟아 나가겠다 작당까지 했었다. 록스피릿만 있으면 그까짓 연습이야 전혀 문제 없을거라 여겼다. 매력적인 보이스와 비주얼은 갖추지 못했지만, 솔직히 믹 재거나 노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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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 같은 KEANE.책|만화|음악 2008. 2. 17. 19:54
민트맛 사탕을 먹은 후 사이다를 마시는 느낌. 차디찬 기슭물에 머릴 담그는 기분. 푸른 새벽 차거운 공기 아래 영롱한 일출 사이로 내뿜는 입김 같은 음악이 바로 KEANE이다. 시원하고 청명한 피아노가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보이스컬러와 리미드미컬한 드럼을 만나 명징한 멜로디를 풀어내는 사운드스케이프는 사뭇 아름답다. 처음 음이 귓가에 안착하는 그 순간부터 그들 음악과 사랑에 빠졌다. 우울하고 슬플 때. 잠깐 행복이란 단어를 잊고 있을 때. 어딘가로 훌쩍 떠날 때. 그리고 돌아올 때. 언제나 내 이어폰에선 그들의 노래가 울려퍼진다. 정처없이 떠도는 고독한 영혼의 상처를 보듬어 안는 그들의 위안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삭막한 현실에 고개 돌려 꿈꿀 수 있게 날개를 달아준다. 그들의 선율은 마법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