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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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마더'영화|애니|TV 2009. 6. 17. 00:42
[마더]는 봉준호 월드의 복습서다. 총정리 요약본이고. [플란다스의 개]에서 보여줬던 사회 부조리와 개인의 욕망, [살인의 추억]식 농촌 스릴러, [괴물]의 찌질한 가족사까지 한데 어우러뜨려 자기복제하고, 확장하며, 썩어문드러진 대한민국의 관습과 사회를 조소해댄다. 상징과 은유는 늘어났고, 암울함은 짙어졌으며, 웃음은 쓰디쓰다. 강렬한 카타르시스와 모성을 부각시키는 장르적 특성 대신 그 이면에 담긴 회한과 두려움을 품게 만드는 감성, 모호한 섹슈얼리티를 건드려 다층적인 해석과 알고 싶지만 막상 알면 다치는 불편한 진실을 주섬주섬 펼쳐 놓는다. 세상 천하무적이라 믿었던 '마더'라는 이름으로도 어찌 해결할 수 없는 우리네 지독한 현실과 맞닿은 찹찹함만큼. 차기작은 [설국열차]로 예정돼있지만, 그 전에 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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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 공드리, 레오 까락스, 봉준호의 '도쿄!'영화|애니|TV 2008. 10. 27. 19:28
커다란 야심없이 '도쿄'라는 공간에 맞춰 소품들을 늘어놓는 이 옴니버스 영화는 감독들의 색깔에 많은 걸 빚지고 있다. 공드리는 공드리 답고, 까락스는 까락스 같으며, 봉준호는 봉준호다. 그들의 이름을 지우는 순간 이 단편들의 색깔도 지워진다. 몽환적이며 공포스럽고 소소한 동시에, 유쾌하고 시니컬하며 아름답다. 단편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질감과 호흡으로 삶과 공간을 투영하고, 스케치해낸다. 크게 인상적이진 않지만 에세이를 읽듯 짤막하게 다가오는 감성만 포착해낸다면 꽤나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얼마 전에 갔다온 도쿄의 풍경이 어른거린다. 인디고의 동명의 노래도 떠오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