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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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디버의 '남겨진 자들'책|만화|음악 2010. 7. 29. 18:33
이 소설, 양파다. 까도 까도 끝나지 않을 음모와 배신에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제프리 디버는 최소한의 정보만 독자에게 던져준 채 사건을 진행시키며 관점을 뒤집는 마력을 선사한다. 초중반 서바이벌에 가까운 혹독한 모험기와 도망자의 스릴을 섞어 땀을 쥐게 하더니, 후반에 들어선 뒤통수 치는 반전을 앞세워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게 만든다. 거대한 음모가 튀어나올 것 같던 교차의 스케일도 갑작스레 대변모, 템포를 달리하는 막판의 급작스런 결말엔 가히 대략 난감, 다소 어이가 없을 정도. 알고보니 이 소설, 양파가 아니라 양배추다. 까도 까도 끝나지 않을 껍데기를 다 벗겨보니 안은 텅 빈... 그럼에도 바삭 바삭하니 씹어먹기엔 양도 많고 풍성한 질감의 미각을 선사하는 그런 소설. 제프리 디버는 깊고 굵은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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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런 코벤의 '영원히 사라지다'책|만화|음악 2008. 8. 5. 23:04
11년전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죽었다. 그리고 지금 사랑하는 여자가 사라진다. 반전에 반전. 그 묘미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선 구조의 미학이 총동원되어야 한다. 캐릭터와 플롯의 정교한 교차 설계만이 뒤집어졌을 때 쾌감을 더한다. 반전은 독자가 아닌 작가가 호흡을 쥐고 가는 게임이기에 노련한 기교와 숙달된 미스디렉션이 필요하다. 미국 3대 미스터리상을 모두 석권한 할런 코벤은 이에 능한 작가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이어 터지는 물음표들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엔딩을 미리 들쳐보게 만들 만큼 강력하다. 복선과 암시를 미리 깔아놓고 뒤에 이를 활용하는 솜씨도 제법이고, 가장 마지막장 에필로그까지 숨놓을 수 없게 만드는 경제성 또한 훌룡하다. 다만 너무 꼬아놨다. 설명적인 부분도 많고. 시원스레 뚫리기엔 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