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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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우의 '우묵배미의 사랑'영화|애니|TV 2009. 12. 15. 23:55
박영한의 입담도 입담이지만 이를 기가 막히게 영상 언어로 표출해낸 장선우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 초기의 그는 돈키호테처럼 이리저리 날뛰며 놀라운 천재성을 입증해보였다. 구질구질하면서도 희극적인 상황의 아이러니와 관조하듯 꿈을 꾸듯 사회를 진단하는 시선의 생생함은 효과적이고 디테일한 미장센과 만나 속이 꽉찬 작품을 만들어 냈다. 걸진 대사와 섹스, 억척스런 폭력과 달리 화면 안 장선우의 연출은 사랑스런 여인을 보듬듯 부드럽고 섬세하다. 그들의 손짓과 몸짓에 욕망과 낭만이 꿈틀대고, 가난 속의 소주와 미싱엔 찌든 때와 같은 삶의 애환과 피로가 묻어난다. [우묵배미의 사랑]은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불륜 이야기며, 지긋지긋하지만 그래도 견뎌낸 여자들의 이야기고, 식으믄 그뿐인... 러브 스토리다. 100억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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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균의 '해운대'영화|애니|TV 2009. 7. 31. 01:13
윤제균도 벌써 데뷔 10년차에 5번째 장편이다. 언제까지 섹시, 조폭 코미디만 찍을 수도 없는 노릇. 모처럼 스케일을 키워 해운대가 메가 쓰나미에 쑥대밭이 된다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플롯팅을 들고 나타났다. 마치 [러브 액츄얼리]가 [퍼펙트 스톰]을 만난 격인 이 영화, 그러나 시각적 쾌감이 강렬한 히어로즘 대신 지역색이 충만한 코미디 군상극으로 승부를 건다. 미국은 미국이고, 우리는 우리식대로 간다는 영리함이 묻어나는 지략인셈. 제 몫을 하는 좋은 배우들과 한층 여유로워진 감독의 코미디 솜씨는 나무랄데 없는 궁합을 보인다. 클라이막스에서 눈물 짓게 만드는 감동의 휴머니즘은 보너스. 문제는 이 영화가 재난 영화라는 사실이다. 끝날 때까지 쓰나미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건 오로지 박중훈뿐, 나머지 캐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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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화, 김청기의 '바이오 맨'영화|애니|TV 2009. 1. 16. 00:26
기가 테라 시대에 고작 8메가 디램의 설계도를 찾으러 동남아 일대를 싸돌아다니는 싸이보그 박중훈의 젊은 나날이 대략 난감, 안습의 퍼레이드지만, 그랬기에 인터넷 강국도, 오늘날의 라디오 스타도 가능했다 믿기에 이 영화의 가치를 애써 낮게 평가하지 않으련다. 사실 제목에선 약간의 일본 전대물의 뉘앙스가 강하게 풍기지만, 내용은 거의 조악한 람보 수준이다. 전선 몇 가닥과 트랜지스터 기판 몇 개로 싸이보그를 표현하는 과감한 생략과 심플함에 박수를! 근데 능력치에 대한 설명이 전무. 단지 죽었다 살아나서 '맨' 칭호를 부여 받은 건가? -_-aa 기술적 완성도를 떠나 허술한 각본과 연기, 연출 삼박자가 어우러져 희대의 괴작을 탄생시켰다. 보고 있으면 눈물을 참을 수 없을 정도. 그럼에도 박중훈과 베트남 참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