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의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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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길종의 '병태와 영자'영화|애니|TV 2009. 3. 12. 19:36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젊은이들의 고충은. 결혼을 앞두고 사회로 나서는 그들은 자신만의 예쁜 고래는 덮어두고 현실이란 차거운 망망대해와 마주한다. 어떻게 노 저어 갈지, 누굴 태워 갈지, 그리고 목적지는 어디가 될지. 넘실대는 파도와 곧 닥칠 시련의 폭풍우를 바라보며 끊임없이 머뭇거린다. 그런 의미에서 씁쓸하고 가녀린 젊은 날의 초상을 담았던 [바보들의 행진] 이후 4년만에 돌아온 속편 [병태와 영자]는 씩씩하다. 여전히 고민도 하고 흔들리지만, 전에 없이 행동하고 움직인다. 그것이 젊음이라는 듯, 그것이 진짜 바보라는 듯, 고뇌하던 지성과 양심은 암울한 현실 속에서 방향을 찾아 좌충우돌 힘차게 행진한다. 이 영화는 그 다짐의 표출이자 맹세고, 지장이자 선언과도 같다. 비록 유작이 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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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길종의 '바보들의 행진' + 장기하와 얼굴들영화|애니|TV 2009. 3. 5. 23:59
조지 루카스의 [청춘낙서]가 과거지향적인 시선으로 젊음을 반추하고 재생해 흥행과 비평을 거머줬다면, 비슷한 시기 같은 학교 1년 선배이기도 했던 하길종은 [바보들의 행진]을 통해 현재진행형의 생기 넘치는 젊음을 담아내 성공했다. 스스로 겁쟁이에 바보 쪼다라고 되네이는 영화이지만, 만드는 이 만큼은 누구보다 용감하고 거침없는 이들의 당당한 행진이었다. 지금 보면 다소 낯간지럽고 유치한 70년대 감성임에도 진지한 젊음에 대한 성찰과 고민으로 알량한 외피를 가볍게 날려버린다. 자조와 불안, 니힐리즘으로 가득찬 몽상가의 시대적 아픔이 느껴져 슬프기도 하고. 유약한 듯 하면서 강인한 목소리를 지닌 이 영화의 야누스적인 면모는 독재정부로 하여금 검열의 가위질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비록 망신창이 누더기가 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