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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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구적초'책|만화|음악 2010. 7. 31. 04:44
능력은 굴레다. 운명이고 미래다. 능동적이면 정의되고, 피동적이면 해석된다. 모두 원하지만, 모두 다 가진 건 아니다. 쓰면 쓸수록 발전하고 엔트로피에 비춰 한계도 보인다. 그들은 계급이다. 훈장이고 결과다. 물론 그게 희생과 댓가의 다른 말이긴 하지만, 책임이란 이상한 논리로 합리화시키고 자부해 나간다. 그러길 꿈꾼다. 시기하고 동경하며 바란다. 허나 저주인 동시에 노예다. 능력자는. 미미 여사의 초능력에 대한 사랑은 남다른 듯. 짧은 단편 세개를 모아 그럴듯한 능력자들의 파일럿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이중 장편화된 이야기도 있지만, 대체로 소품이고 미스테리의 변죽을 올리는 데 기능적인 역할만 해댄다. 그러나 이를 지닌 사람에 대한 본질을 꿰뚫는 시선과 비릿한 사회에 대한 후각 만큼은 여전히 생생하고 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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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크로스파이어'책|만화|음악 2010. 2. 8. 23:58
스티븐 킹의 [파이어 스타터]에 나온 꼬맹이가 그 후 컸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리고 그녀가 자란 곳이 만약 일본이었다면? 미야베 미유키의 [크로스 파이어]는 그 후일담 같은 이야기다. 물론 킹과 미야베 미유키는 스타일도 문체도 전혀 다르다. 킹이 도망자 플롯에 소녀의 감수성, 냉혹한 정부의 음모를 섞어 호러 액션 블럭버스터를 지향했다면, 여전히 사회의 어두운 일면에 집착하며 경찰소설 플롯을 대입한 미유키는 사회파 소품 자경단 액션물에 가깝다. 같은 모티브를 두고 서양과 동양, 나라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는 분위기가 제법 재밌다. 그랬기에 그녀도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그러나 심하게 흥미진진한 1권에 비해, 맥 빠지게 만드는 2권의 성급한 마무리는 다소 아쉽다. [마술은 속삭인다]나 [용은 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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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세이초의 '걸작 단편 컬렉션-중'책|만화|음악 2010. 2. 1. 15:30
여기 미야베 미유키가 뽑아낸 마쓰모토 세이초의 단편들은 추리소설의 범주를 넘어 본격 문학에 가까운 질감을 선사한다. 범죄 자체에 대한 외향적인 흥미보단 범죄가 발생하게 된 내면적인 동기와 인간에 대해 더 큰 관심을 보이기에 그의 글에는 언제나 현실의 피로함이 담겨있다. 그는 인간 내면의 비틀어진 마음과 추악하고 비겁한 탐욕 그리고 사회화 속에서 탄생되어지는 컴플렉스에 대해 뛰어난 성찰을 보인다. 어떠한 감정과 시선도 담지 않은 채 냉랭하게 인물을 쫓아가는 그의 메마르고 건조한 필체는 까끌한 시멘트 벽과 같은 사회의 본 모습을 대변하는 듯 하다. 묵직한 두께만큼이나 묵직한 감성을 던져주는 세이초의 무게감이 본 단편집의 묘미다. 여자와 남자로 구분지어 그의 본격적인 면모를 소개하는 중편이야말로 본 컬렉션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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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누군가'책|만화|음악 2010. 1. 29. 05:35
소소한 현실의 미스터리를 그리면서도 그 안의 어둠과 고뇌의 무게감을 담아내는 그녀의 필치는 여전하다. 담담하니 별다른 수식없이 써내려가는 문체 뒤에 예리하게 숨겨져 있는 수많은 감정과 상처들은 인간사 본연의 색깔을 보여주듯 형형색색의 다채로움을 뽐내지만, 저마다 응축된 독과 치명적인 악취를 지니고 있다. 일상이라는 덮개에 살짜기 덮여 드러나지 않았을 뿐, 사회의 가장 뿌리깊은 악의 시작은 그 소박하고 미묘한 심연 속에서 싹트고 있음을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녀가 마츠모토 세이초 이름 뒤에 거론되는 건 그 때문이다. [이유]와 [화차] 등 빼어난 사회파 미스터리를 선보인 미야베 미유키는 [누군가]에서도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아무래도 주인공인 스기야마가 경찰이나 탐정이 아닌 회사원인만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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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이유'책|만화|음악 2008. 12. 4. 02:46
다수결, 인기, 유행이라는 걸 그다지 신봉하지 않는다. 대중의 일방적인 흐름에 휩쓸리는 우매한 감정 뒤에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외로움 혹은 유대감이 자리 잡고 있어 이성을 마비시킨다고 믿기에. 하지만 그만큼 무언가 사로잡는 것이 있어 그런 정서적 맹점을 만들어낸다는 것도 잘 안다. 그리고 진짜로 짙은 울림의 정서가 순수하게 공유되어 만들어낸 지속적이고 자발적인 흐름인 경우도 있다. 그래서 트렌드를 무시하지만, 트렌드를 주시한다. 내게 일본 소설의 유행은 그런 트렌드의 경계였다. 하지만 미미 여사의 경우는 다르다. 그것이 '화차'나 이번에 읽은 '이유'인 경우엔 더더욱. 정말로 빼어나 마음이 움직이는 경험을 맛 봤다. 하나의 단순한 일가족 살인사건으로 시작한 '이유'는 그 사건에 얽힌 모든 사람들의 다각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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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용은 잠들다'책|만화|음악 2008. 6. 8. 23:10
누가 먼저였는지 모르겠지만 1992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역시 같은 해 발표된 스티븐 굴드의 [점퍼]와 상당히 비교된다. 비록 [점퍼]가 1인칭 시점에 텔레포트에 관련된 능력자 소년의 고통을 다룬 성장기 SF소설이라면, [용은 잠들다]의 경우 3인칭 화자가 관찰하는 독심술 능력자 소년의 고통과 아픔을 그린 추리소설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두 소설이 공통적으로 사춘기 질풍노도의 거칠고 여린, 양면성의 유리와도 같은 청춘의 심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묘한 대구를 이루고 있는 듯 하다. [마술은 속삭인다]에 이어 초능력과 관련된 두번째 추리소설이지만, 미야베 미유키는 미스테리에 관심을 두기 보단 여전히 폭력적이고 위악적인 사람의 본질을 탐구하는데 더 많은 비중을 둔다. 초능력은 그러한 이기적인 사람들의 탐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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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스나크 사냥'책|만화|음악 2008. 6. 4. 19:48
루이스 캐롤이 쓴 '스나크 사냥'은 언어유희로 가득한 현실 풍자시였다. 미야베 미유키에 의해 재해석된 '스나크 사냥'은 현실 부조리를 담은 하드보일드 소설이다. 둘의 차이가 영국 빅토리아 왕조 시대와 일본 현재 사회와의 간극이 아닐까. 열 명의 폐부를 찌르는 어이없고도 잔인한 말장난들의 관계는 폭력과 우연 그리고 비극으로 점칠된 여러 명의 관계로 변질됐다. 그러나 그 속에 숨어있는 본질까지 변한 건 아니다. 세상은 놀랍도록 변해가지만 그 안의 부조리와 폭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사실. 다르면서도 같은 의미를 함축한 미미 여사의 스나크 사냥은 루이스 캐롤의 스나크 사냥만큼 심오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삥 돌려 에둘러 표현하던 방식도 단선적이고 스피디하게 바꿨다. 구조는 꼬아놨지만 플롯 자체는 간단하다.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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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스텝 파더 스텝'책|만화|음악 2008. 3. 31. 05:46
무겁고 답답할 수 있는 사회문제들을 이렇게 가벼운 터치로 그릴 수 있는 것도 그녀이기 때문에 가능한건지 모르겠다. 절도, 납치, 유괴와 강간, 우발적 살인 등 온갖 비리와 병폐들이 쏟아지지만 영악하다 못해 기괴(?)하기까지 한 쌍둥이 형제와 얼떨결에 그들의 계부가 된 도둑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7개의 연작 단편엔 경쾌한 미소까지 지어진다. 알고보면 참 끔찍한 세상인데, 한발짝만 물러서면 그 부조리들이 실없게 느껴지는 건 이 세상이 조소로 가득찬 아이러니 덩어리기 때문이 아닐까. 폐부를 찌르는 사악한 독기가 허파를 찔러 웃게 만드는 것이 아닌, 그저 멍청하고 잘난 인간들이 잰 체 하려는 데서 오는 불쌍한 자존심이 채플린 코미디를 보듯 나열돼 웃게 만드는, 기분 좋은 씁쓸함이다. 뭘 써도 현대 사회 전반을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