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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다. 더러운 세상 잠시나마 덮을 수 있게 솜털이 흩뿌려진다. 모처럼 외출하던 길가에 가만서서 그 눈을 맞는다. 땅이 젖는다. 가려졌던 가식이 마스카라 번지듯 번지며 질퍽한 흔적을 남긴다. 그 자국에 쓰린 가슴을 여미고 발길을 돌린다. 잠깐 변한 세상이 진심이라 믿던 내 여린 충정이 우스워라. 세월이 주는 답에 점점 익숙해지는 자신이 한없이 가여워진다. 눈이 내린다. 이제는 녹아 눈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