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놈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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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지오 레오네의 '석양의 무법자'영화|애니|TV 2009. 12. 16. 23:57
매번 헷갈린다. 황야의 건맨인지 무법자인지. 아니 석양이었던가. 차라리 원제를 말하는 편이 더 알아듣기 쉽다. 좋은 놈, 나쁜 놈 그리고 추한 놈. 달러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 작품이자 스파게티 웨스턴의 정점에 올라선 스펙타클한 배신과 음모의 대서사시. 드디어 조그마한 TV 화면에서 벗어나 큰 스크린의, 잘 복원된 필름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몇 번을 봐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 넘치는 연출과 편집은 세 시간이란 긴 런닝타임을 무색하게 만든다. 돈 냄새를 쫓아 속고 속이고, 같은 편이었다 뒤통수 치고 다시 한 배를 타는 야욕의 거대한 소용돌이는 유머와 허무, 폭력과 낭만를 적절히 곁들이며 능글능글하니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고전 서부영화를 엿먹인다. 경배하라, 레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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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의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영화|애니|TV 2008. 7. 20. 23:46
장르에 집착하며 스타일리쉬하다는 건 득일까 실일까. 제법 필모가 쌓인 김지운은 이제 그 두 가지 전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신이 원한건지, 의도치않게 그렇게 된건진 모르지만, 그는 '한국에서 감독은 브랜드다' 라는 명제에 가장 걸맞는 자취를 밟아왔다. [놈놈놈]은 그런 발자국에 정점을 찍었고. 평단이 사랑하고 대중이 지지하는 이 데뷔 10년차 감독은 어마어마한 예산을 휘두르며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마음껏 펼쳐보인다. 스파이시한 앙념을 잔뜩 버무린 채, 보면 먹지 않을 수 없게끔 탐스럽게. 그러나 [놈놈놈]은 이름값에 비해 다소 비싸지만, 그렇다고 전혀 맛 없지도 않은, 그런 음식점의 메인 요리를 먹었을 때처럼 뜨뜨미지근한 심정을 안겨준다. 아름답고 인상적인 비주얼이라는 상찬(賞讚)엔 동의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