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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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그 무더움에 대하여.잡담 2012. 8. 7. 03:09
불볕이다. 94년 이후 최고의 서울 더위라는데, 젊음의 혈기가 그 온도보다 더 불을 뿜었던 그땐 사실 그리 더운 줄 모르고 죽어라 농구만 했던 기억이 선하지만, 지금은 좀 버티기가 많이 힘들다. 나이가 들면 경험도 많고 연륜이 쌓여 참을성도 늘어날 법하지만... 쥐뿔! 40도에 육박하는 방 안에 앉아 책이라도 읽거나 모니터라도 바라보고 있으려면 어느새 정신을 잃고 의자에 녹아 달라붙고 만다. 간신히 의식을 차리고보면 타임워프라도 한 양 시간이 후딱 증발해있다. 샤워하고 물 먹고 정신 잃고 샤워하고 물 먹고 정신 잃고가 무한 루프로 돌아가는 하루가 이젠 끔찍하다. 이글이글 작열하는 태양 아래 유일하게 남은 내 희망과 용기마저 쉬 녹아버릴까 두렵다. 같이 맞불 놓기에 이 나이는 연일 지속되는 35도의 날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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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날씨.잡담 2010. 3. 21. 05:09
황사다! 모래바람에! 중국에서 날아든 불청객에 하루종일 낮을 빼앗겼다. 63빌딩도 잠식 당했고. 가는 날이 장날이라 최악의 황사가 서울 하늘을 뒤덮던 날, 하루종일 밖에 있었다. 침 삼킬 때 입안에 맴도는 텁텁함과 눈알을 굴릴 때마다 느껴지는 까끌한 감촉이 기분 나쁨을 더했다. 땀구멍에 금가루가 들어차 죽었던 '골든 핑거'의 본드걸이라도 된 느낌? 퍽퍽한 삶을 대리 체험이라도 하라는 건지 때마침 불어닥치는 황사가 얄궂다. 시원하게 씻길 봄비라도 내렸으면. 요즘 날씨가 영 맘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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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눈.잡담 2010. 3. 10. 05:58
김제동이 박대기 기자 역할을 지대로 하는 걸 보며, 조금 내리나 싶어 동틀녘 잠깐 옥상에 나가보니 눈이 정말 수북히 내려 앉았더라. 포근하게. 하지만 싸늘하니. 순간 지금이 3월 맞나 싶어 달력을 다시 한번 쳐다봤다. 적설량이 싸래기 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두터운 게 겨울 솜이불인줄 알았다. 이런 이런 지진에 폭설까지 계속되는 기상이변이 이제는 슬슬 두렵기까지 하다. 뭐야 이거 무서워. 벚꽃 피고 라일락 향기에 꽃놀이 가야 하는 날씨는 대체 언제 오는겨? 구름 잔뜩 끼고 눈빛에 반사된 새벽 풍경이 마치 NASA 사진으로 보던 화성 하늘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