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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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의 '대괴수 용가리'영화|애니|TV 2009. 5. 25. 20:28
일본 특촬물의 기술력이 더해졌다 해도 엄연히 한국식 괴수물의 시작을 알린 '용가리'의 존재는 지금껏 독보적이다. 뛰어난 미니어쳐와 남정임이나 이순재 같은 배우의 좋은 연기, 전형적인 괴수물에 충실한 각본 외에도 판문점에서 등장하는 용가리의 설정은 반공 영화로서의 문법을 세련된 방향으로 치환해내는데, 단순히 싸워야 할 주적으로만 그 존재를 몰아가는 게 아니라 공생해야 할 길을 모색하고 있단 점에서 [똘이장군] 류의 함정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트위스트 버전으로 편곡된 아리랑에 춤을 추는 용가리나 광화문, 남대문 등 지리적 요인을 잘 살린 견고한 특효의 기운 등 한국 고유의 엔터테인먼트를 부각시켰다는 데도 의의가 크다. 10여년 전 하이텔 SF 소모임에서 [킹콩의 대역습]과 [우주괴인 왕마귀]와 함께 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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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의 '비몽'영화|애니|TV 2008. 10. 14. 22:34
내가 꾸는 꿈이 다른 사람의 현실이라면. 내 행복이 다른 사람의 불행이라면. 완벽한 거울상 대칭에 서있는 남녀의 소통과 사랑 이야기를 담은 '비몽'은 전형적인 김기덕 영화다. 거칠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모호하고 몽환적인 동양철학과 삶에 대해 말하는 그는 여전히 구원과 파멸을 찾는다. 꿈이란 허구를 통해 현실을 비추고, 사랑으로(서로 통하지 않는 언어로) 소통을 그리는 형식적인 실험은 '영화는 영화다'와도 닮았다. 너무도 뻔한 나비의 호접지몽과 조금 순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끔찍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자해, 그리고 다양한 상징과 암시, 함축적인 메타포를 깔아놓은 한국적이면서도 공감각적인 이미지들은 김기덕 월드의 익숙한 키워드. 가끔은 동어반복스럽다 싶지만서도 점점 더 세련되어지고 대중화되고 있는 그의 발전성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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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훈의 '영화는 영화다'영화|애니|TV 2008. 10. 7. 23:29
현실과 허구의 모호한 경계면을 영화라는 형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각종 상징과 은유를 촘촘히 박아놓은 이 재기발랄한 저예산 영화에서 '김기덕'이란 존재를 무시하긴 어려울 것 같다. 동양철학적인 사고와 폭력 그리고 매체에 대한 본질적이고 형식적인 미학 탐구를 놓치지 않았던 그의 전작들을 비춰본다면 더더욱 더. 섹스와 광기같던 에너지는 줄었지만, 장훈이란 젊은 패기와 상업성이 만나 대중적이고 쉬운 이야기를 얻었다. '아름답다'에 이어 이건 김기덕의 또 다른 도전이자 실험이다. 그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달라지고 있다. 흑과 백, 대칭적이면서도 서로 모노톤으로 닮은 두 캐릭터가 엔딩부 회색의 진흙밭에서 하나의 색깔로 귀결될 때 이 영화의 본질이 살아난다. 현실과 가까워진 허구가, 혹은 허구가 되어버리는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