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리노 나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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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노 나쓰오의 '암보스 문도스'책|만화|음악 2007. 12. 13. 23:35
엄밀히 말하자면 이 단편집은 추리소설이라고 보기 어렵다. 비밀, 섹스, 음모, 배신, 추억, 소외, 사랑과 공포를 다루지만, 풀어내는 방식은 지극히 냉정하고 노멀하기 때문에. 소설 어디에도 스릴과 트릭을 느낄 수 없다. 대신 어떠한 범주로도 정의할 수 없는 기리노 나쓰오만의 다크 월드가 존재할 뿐이다. 비등점에 다다른 뜨거운 소재들을 이처럼 차갑고 비정하게 내뱉는 그녀의 문체는 매혹적이다. 거부감이 들 정도로 톡 쏘는 와사비 맛과 같다. 그녀만의 강렬하고 일탈적인 여성 캐릭터는 여전하고, 일반적인 모럴을 손쉽게 뒤집는 인간의 탐욕과 시기로 점철된 세상 역시 그대로다. 부정적이고 삐딱한 세계 속에 살아 숨쉬는 군상들은 치졸하고 더럽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이를 묘사하는 그녀의 시선은 지극히 담담하고, 가라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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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노 나쓰오의 '아임 소리 마마'책|만화|음악 2007. 12. 12. 23:27
기리노 나쓰오. 현재 한국에서 미야베 마유키와 함께 가장 잘나가는 일본 여류 추리소설 작가. 극강의 포스와 전설적인 소문을 동시에 자랑하는 그녀의 대표작 [아웃]을 먼저 읽고 싶었지만, 언제나 대출중이란 표시에 눈물을 머금고 대타로 골라 잡은 게 [아임 소리 마마]다. 짧은 분량에 깔끔한 문체는 쉽게 읽히지만, 까끌한 소재와 가학적인 심리 묘사가 뒷끝을 심하게 남긴다. 트릭 위주의 미스테리나 심리 스럴러의 느낌이라기보단 사회파 고발소설에 가깝다. 로스 맥도널드같은. (드세고 공격적인 성향의) 일탈적인 여자 묘사에 일가견이 있다는 소문대로 소설에 등장하는 아이코는 성인의 모습을 한 어린아이이자 괴물이다. 자기 맘대로 행동하는 그녀는 옳고 그르고가 아닌 좋고 나쁘고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정의하기에 더욱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