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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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外의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두 번째 방문'책|만화|음악 2010. 9. 30. 23:48
내 집을 장만해 이사온 아파트에 알 수 없는 소음이 들려온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 캠코더로 찍히는 여인의 정체는? 길 위에서 만난 여자에게 납치되는 남자. 꿈꾸는 기계 속에 들어간 데이트 커플. 몸 전체에서 일어난 알 수 없는 통증으로 변해가는 남자. 크리스마스에 시작되는 산타의 피의 보복. 전신마비 환자에게 닥친 줄어드는 아파트. 불법 이민간 부부의 힘겨운 타지 투쟁기. 그리고 산장 속의 살육 돌림빵. 9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한국 유일의 공포 단편선 시리즈 시즌2. 명백을 이어나가는 건 좋지만 시각적이고 말초적인 공포에 편중된 들쑥날쑥한 기량이 아쉽다. 사지절단 피칠갑의 고어와 단적인 설정만이 무서움이 될 수는 없는 법, 오컬트와 이상심리, 악마주의와 고딕, 민담설화 등에 걸친 다양한 스타일의 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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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앙 알바트의 '팬도럼'영화|애니|TV 2009. 10. 30. 23:21
폴 앤더슨의 [타우제로]를 떠올리게 만드는 기둥 컨셉에, [에일리언]과 [디센트], [딥 라이징]이나 [다크 시티], [큐브], [레지던트 이블]과 [이벤트 호라이즌] 같은 SF 호러무비들을 섞어 부대찌개식으로 내놓은 [팬도럼]은 같은 잡탕형 B급 SF 무비를 지향하지만 [디스트릭트 9]과는 조금 궤를 달리 한다. 미디어와 사회 풍자적인 시선이 가득했던 좌파(?) 블롬캠프와 달리 우파(?) 크리스티앙은 조금 더 고전적이고 본질적인 장르 규칙을 충실히 이행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선하고 패기 넘치는 맛은 좀 부족하지만, 보다 쉽고 노련하게 접근하는 재미가 있다. 기시감이 가득한 장면들과 마주치는 것도 반갑고. 주인공 바우어야 죽도록 고생하지만 그럴수록 관객들은 점점 더 신이 난다. 언제나 익숙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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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주의 '불신지옥'영화|애니|TV 2009. 8. 25. 23:54
강렬하진 않지만 은은한 공포, 놀라지는 않지만 스리슬쩍 소름 돋는 끈쩍함은 말초적이고 잔인한 요즘 호러와 살짝쿵 거리를 둔다. 맹목적인 믿음에 대한 슬픈 우화인 이 영화는 특정 종교나 무속신앙을 지칭하며 불편함을 강조하기보단 소극적인 방식으로 광신에 대한 현대인의 자가당착을 표출하고 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조금 더 종교적이고, 더 센세이셔널하게 막나가는 불경함을 기대했건만, 감독은 [소름]이나 [거미숲], [로즈메리의 아기] 식의 근원적인 두려움을 원했던 것 같다. 가족이라는 거대 담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조그마한 비판이자 성찰기로 봐도 좋을 듯. 문제는 호러로 포장된 이 서스펜스 추리극에서 관객들이 느끼는 지점의 공포는 과연 어느 정도냐는 것이다. 감정적인 동화와 이해없이 말초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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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메 콜렛 세르라의 '오펀 : 천사의 비밀'영화|애니|TV 2009. 7. 28. 23:55
아이의 순수성을 무지에서 오는 잔인함으로 받아들였던 샘 페킨파는 종종 그 무자비한 자신의 세계관속에 아이들을 등장시켰다. 가증스러울 정도로 천진난만한 외향과 영악한 보호본능을 무기삼아 어른들로부터 태연스레 승리를 쟁취하는 그들은 작은 악마에 가깝다. 주인공임에도 전혀 응원할 수 없을 정도로 사악했던 [나홀로 집에]의 케빈처럼. 악의 없는 그들의 행동이 몰고 오는 파탄이야말로 막을 수 없는 재난이라 믿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본심은 그래서 호러라는 장르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지도 모른다. 여기서 아이들은 단순한 피해자라기보단 섬뜩하고 사악한 가해자에 가깝고, 이는 [오멘]이나 [옥수수밭의 아이들], [갓센드], [사일런트 힐] 등에서도 잘 드러난다. [오펀 : 천사의 비밀]의 기조도 이에 충실하다. '여자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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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남의 '깊은밤 갑자기'영화|애니|TV 2009. 7. 27. 23:56
또 한 편의 잘 만든 국내산 80년대 명품 호러 스릴러. 지금은 흔해 빠진 부부 간의 미묘한 관계를 다룬 이 영화는 그 당시 막 자유로워지기 시작한 과감한 애로티시즘을 적극 활용해 대담한 성애씬과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촬영 테크닉으로 시선을 확 끌어당긴다. 멀게는 [레베카]와 [가스등]을, 가깝게는 [원초적 본능]을 연상시키는 플롯(윤삼육 각본)에, 독특하게 토테니즘(목각인형)과 샤머니즘(무당의 딸)을 결합시켜 줄곧 긴장감을 유지하는 연출력(고영남 연출)도 수준급이지만, 남성성이 강조된 남편 역에 윤일봉, 히스테리컬하면서도 섬세한 부인 역에 김영애, 백치미 한 가득한 글래머 이기선의 적역 캐스팅이야말로 이 영화를 극강으로 만들었다. 남편의 애매모한 행동에 대해 설명하지 않으며 심리적으로 부인을 조여들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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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웅의 '두견새 우는 사연'영화|애니|TV 2009. 7. 24. 23:54
영화는 뻔하디 뻔한 고전 통속 멜로물을 취한다. 윗마을과 아랫마을, 양반댁과 천민의 동명이인(!)에서 오는 비극이랄까. 느리디 느린 호흡으로 사랑에 버림 받는 여인네의 기구한 신세 한탄이 구구절절 주부 대상 라디오 사연처럼 소개된다. 그러다 후반 10분. 갑작스레 인저리 타임에 역전골을 꽂아넣는 축구팀 마냥 호러와 판타지로 돌변하며 소복 귀신과 무당, 뮤지컬스런 극락 세계가 순식간에 펼쳐지는데, 어느새 끝날 시간! 그러다보니 복수와 용서, 화합이 충분히 녹아들기에는 당연히 무리다. 생뚱맞게 해피엔딩으로 서둘러 끝맺는 급박한 결말이 지금 보면 퍽 당혹스럽다. 김지미와 신성일이라는 두 청춘스타의 이름값에 기대 신파극을 제대로 펼쳐보이는 이 영화는 정통 호러라기 보단 TV 시리즈로 익숙한 '전설의 고향'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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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원의 '차우'영화|애니|TV 2009. 7. 22. 23:18
스테이크 먹으러 훼밀리 레스토랑에 갔다 빵만 잔뜩 먹고 나온 기분. 아니 피자 먹으러 갔다 샐러드만 배 터지게 먹은 기분? 뭔가 배가 부르긴 한데, 그 느낌이 다소 묘하다. 재료와 메뉴를 보고 당연히 괴수물이 나오겠거니 추측했더니, 생뚱맞게 코미디란 음식이 나왔기 때문에. 만족과 실망이라는 단어를 꺼내기 앞서 상상초월의 결과물에 벙 찌는 기분이다. [프릭스]나 [플래시드], [불가사리]도 이 정도로 개그를 치진 않았다. 이 영화는 종종 액션과 호러 보다 코미디에 더 집중하는 연출자의 시선이 강하게 느껴진다. 소재와 장르가 따로 노는 이 괴이한 조합을 여름 대작으로 내놓은 제작진과 마케팅의 마인드가 그저 아찔할뿐. 이런 대인배들. [시실리 2km] 때부터 알아봤지만, 신정원, 결코 종잡을 수 없다. 평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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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수의 '여곡성'영화|애니|TV 2009. 7. 21. 23:50
80년대 최고의 호러라 손꼽혀왔던 [여곡성]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낡고 구닥다리에 유치한 결과물이 되어버렸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약발이 남아 두근두근거리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명불허전이랄까. 아직도 잔상이 흐려지지 않을 우리네 확실한 명품 호러다. 쓸데없는 깜짝쇼에 집착하기보단 한 양반 집안의 여성 수난사에 집중하며 거두절미 이야기를 심플하게 풀어낸다. 한정된 인물들이지만 각자의 사연이 녹아들며 저주와 원혼의 잔혹사가 80년대 특유의 촌스럽지만 은근 묘한 매력이 있는 애로틱한 시선과 함께 어우러져 쌉쌀한 재미를 안겨준다. 옵티컬과 주밍을 이용한 효과들은 전체적으로 싼티아나 급이라지만, 시어머니로 등장해 무시무시한 포스를 작렬하는 석인수 씨의 카리스마 만빵 넘치는 연기는 크리스토퍼 리나 벨라 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