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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을 시작했다. 2잡담 2014. 9. 19. 14:26
교정 2단계에 접어들었다. 추석 전에 작은 어금니 4개를 발치하고, 어제는 미니 스크류 4개를 잇몸에 식립했다. 발치는 생각보다 쉽게(!) 뽑아서 - 10분만에 4개를 뚝딱! 너무 빨리 뽑히는 바람에 풍치끼가 있는 거 아닌가 걱정까지 했다는... - 그럭저럭 넘어갔는데, 스크류 4개를 박고 줄로 연결해 본격적으로 이를 잡아 땡기는 시술은 마취가 풀리자 극악의 고통이 온몸에 퍼져 미치는 줄 알았다. 간호사가 하루에 타이레놀 8알은 안 되고요... 라고 얘기할 때 에이, 설마 그렇게나 먹겠어? 싶었는데, 마취가 풀릴 조짐이 돌 때부터 격통이 시작되더니, 집으로 가는 길에 도저히 못참고 약국에 들러 타이레놀 1통을 다 먹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2알만 삼키고 아픔에 몸부침치며 떼굴떼굴 굴렀다. 다음 단계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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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을 시작했다.잡담 2014. 6. 1. 03:04
교정을 시작했다. 나이 먹고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했지만, 외모 개선에 의의를 두기 보단 남은 생 조금 편해진다고 해서 오랜 고민 끝에 수긍했다. 적지 않은 비용이긴 하지만 어차피 치아 보존에 야금야금 투입될 거 같기에 눈 딱 감고 입을 벌렸다. 2년쯤 걸린다는데 정확한 건 지나봐야 아는 일이고, 장치를 세팅한 지금은 그저 이빨 고문을 받는 느낌 뿐이다. 치위생사분께서 아프면 아무 진통제를 드셔도 됩니다! 라고 했는데, 항시 복용할 단계의 고통은 아니고 정확하게는 아프다기보단 뻐근한 느낌에 가깝다고 할까. 지 멋대로 온 이빨이 조금씩 뒤틀려 사방에서 힘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익숙해지면 고기도 뜯고 씹고 맛본다는데 고통에 유독 약한 나로썬 당연히 씹는 건 불가능하고, 죽이나 미음도 싫어하는 터라 그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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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노섭의 '노예 12년'책|만화|음악 2014. 2. 28. 21:14
솔로몬 노섭의 [노예 12년]은 생생하고 참혹한 노예체험기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젊은 가장이 피부색이 다르단 이유만으로 납치돼 가축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다. 다시 신분을 복권하기까지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았던 12년간의 노예 생활은 상상보다 잔인하고 끔찍하다. 절망과 좌절, 고통을 한없이 담담하고 겸허한 필치로 소회하는 노섭의 글은 그래서 더 슬프고 가슴 아프다. 그는 분노와 적개심을 드러내기보다 의문과 한탄을 쏟아낸다. 일개 북부의 자유인 검둥이로서 해결할 수 없는 이 잘못된 환경과 사회가 그저 원망스러웠으리라. 개인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라는 큰 벽 앞에서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공포와 눈물이 읽힌다. 그 감정을 꼭꼭 눌러담아 18세기 중엽 미국 남부에서 행해진 노예제에 대해 세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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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할일을 내일로 미루자.잡담 2014. 1. 16. 17:16
컴퓨터 바탕화면을 오랜만에 바꿨다. 심기일전의 기세랄까. 마음 같아선 방배치를 바꾸거나 대청소를 한다거나 CD장 정리를 해야 되는데, 너무나 대작업이라 그냥 가장 손쉽게 할 수 있으면서도 가장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는 모니터의 대변혁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너무 요란하면서도 정신을 빼앗기지 않는 그런 깔쌈한 벽지를 원했었는데, 언젠가 저장해둔 이미지들 가운데 확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짜짠~! 바로 붕가붕가 레코드의 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김기조씨의 소문난 바탕화면 "오늘의 할일을 내일로 미루자"가 그것! 이 어찌 멋지지 않을 수 없는 말인가!! 과감한 결단력과 내일에 대한 기대, 오늘을 즐겨야 한다는 사명감까지 두루 아우른, 마치 쌍팔년대 고색창연한 새마을 운동에 반기를 번쩍 들 것만 같은 삐딱이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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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책|만화|음악 2014. 1. 6. 23:15
년초에 책을 선물 받았다.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준 사람 역시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정작 나보고 꼭 읽어봐야 되는 책 같다며 서슴없이 건넸다. 자신은 이 책을 시작으로 버리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내 생각엔 이 책만 버리려던 게 아니었을까. (차라리 쓰레기통에 버리란 말이다, 날 주지 말고!) 당연히 함부로 잘 못버리는 나로선 수중에 들어왔으니 책장 한 구석에 꽂아두긴 할 거 같은데, 사실 마음 같아선 나 역시 이걸 준 사람처럼 타인에게 슬며시 건네주고 싶었다. 이런 선정적인 제목이 한없이 착한 사람인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게다가 풍수와 함께 하는 잡동사니 청소라니. 대체 버리는 것에 풍수가 왠 말이냐. 정리정돈에 이런 가당치 않은 이론과 이유를 덧붙여 냉정하게 연을 끊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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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 초심으로 돌아갈 때다.잡담 2014. 1. 2. 05:50
출판자격증을 따고 써먹을 때가 없어 직접 만들어 쓰던 스케줄러를 과감히 포기했다. 그렇다고 값 나가고 이쁜 시중의 두틈한 다이어리를 집어든 것도 아니다. 그냥 형이 회사에서 받아다 준 얇디 얇은 수첩 하나로 올해를 버티기로 했다. 몇년간 스케줄러/다이어리를 쓰다보니 주객이 전도돼 스케줄을 위해 쓰는 게 아니라 쓰기 위해 스케줄을 짜고 일상을 살고 있었다. 가끔 밀리기라도 하면 주변에 내가 뭘 했는지 악착같이 물어보고, 그래도 안될 땐 과거를 심하게 추측/미화해가며 칸을 꼼꼼히 메꾸고 있더라. 그러다 문득 이게 뭔 미친 짓인가 싶어 만들던 스케줄러를 때려쳤다. 내딴엔 과거와 미래를 잡아보기 위해 기록에 치중했던 건데, 오히려 현재를 놓치고 있었다. 의식적으로 오늘을 복기하려던 습관이 집착과 과욕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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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 Young의 'Sleepless Night'책|만화|음악 2013. 12. 17. 07:31
희영이 2집을 발표했다. EP까지 벌써 3장의 앨범이다. 지난 3년간 그녀는 꼬박꼬박 자신의 노래를 만들고 불렀다. 각박하고 획일화된 음악 시장에서 누구보다 노력하고 사유했다. 부지런함과 성실성은 창의력과 감수성에 꼭 비례한다 할 수 없지만, 그 투쟁의 시간들이 보다 많은 기회와 도전을 준다는 건 자명하다. 희영은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던 기존 앨범에서 더 나아가 색다른 모습과 소박하지만 의미있는 시도를 펼쳐보인다. 녹음실을 벗어나 텅 빈 헛간, 낡은 교회를 유랑하며 2트랙 녹음기로 단촐하게 그 기운과 분위기까지 담아낸 것이다. 작은 실수와 잡음들이 들어가도 이를 감수한 이런 시도들은 적적하고 고고한 앨범의 느낌을 더욱 강조한다. 저녁에서 새벽 시간대로 이어지는 녹음을 통해 밤기운마저 담아낸 그녀의 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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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물 2L씩 마시기 운동.잡담 2013. 10. 31. 22:58
매일 검은물(!)과 단물에 쩔어 살다 지난 일요일 방영된 SBS 스페셜을 보고 그냥 물 좀 마셔야겠다고 생각을 고쳐먹고 월요일부터 폭풍 흡입 중이다. 하루에 2L 정도 마시면 되겠지 싶어 미네랄 워터를 큰 걸 사다가 1병씩 들이키고 있는데, 생각보다 이게 양이 만만치 않다. 물 먹는 하마가 된 기분이랄까. 배도 꽤 부르고 화장실도 평소에 비해 거의 두 배 이상 가게 되는 게 좀 힘들다. 나흘째 되니까 그래도 조금은 익숙하게 들이키는데, 아직도 아침에 일어나 새 페트병을 볼 때마다 무슨 (장 내시경 시 필요한 관장)약 마시는 느낌이다. 그간 살면서 하루에 물 두 잔도 제대로 안 마시고 살았던 듯. 현대인 대부분이 탈수 증세를 안고 살고 있다더니, 어떻게 그 조갈을 음료수들로 해결하고 살았는지 미스터리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