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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재황의 '창업상식사전'
    책|만화|음악 2012. 5. 21. 15:18


    십장생. 이태백. 삼팔육, 사오정 그리고 오륙도. 이건 내가 알고 있는 예전 그 단어들이 아니다. 10대부터 50대까지 비극적인 사회상을 담고 있는, 이제는 제법 유명해진 축약어일 뿐이다. 우리는 10대도 장차 백수가 될 걸 생각하고, 20대 태반은 이미 백수이며, 38세까지 직장을 다닐 수 있으면 천만다행이고, 45세가 실질적인 정년이며, 56세까지 직장에 있으면 도둑이라는 아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청년 백수 전성시대를 줄인 청백전과 31세까지 취직 못하면 절대 취직 못한다는 걸 비유적으로 가리키는 삼일절, 최종 합격했으나 입사도 못하고 정리해고 당하는 노가리, 삼십대 초반에 퇴출당하는 삼초땡 등 무시무시한(?) 신조어의 유행엔 끝이 없다. 이 모든 걸 피해 출퇴근 길을 사수하려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아슬아슬한 절벽 끝을 외발 자전거로 산보하는 것마냥 위태롭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결국은, 평생 직장과 철밥통이란 단어가 사회에서 사라지고만 오늘날, 타의적이든 혹은 자발적으로 결단의 시기가 눈앞에 닥치고야 마는데, 숨겨둔 출생의 비밀로 친아버지가 재벌이었다는 막장드라마급 스토리가 펼쳐지던가, 몇십 차례나 이월된 로또에 기적적으로 1등 당첨되지 않는 한, 대책없이 빨라진 노후대책을 해결하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이른 명퇴의 시기와 달리 평균 수명은 늘어만 가는지.

    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창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문제는 현실도피형 창업이던, 좋은 아이템과 트렌드를 잡은 긍정적인 창업이던, 나말고도 무수히 많은 예비 사장님들이 거리에 산적해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폭발적인 자영업자의 급등은 영세한 소시민의 몰락이란 충격적인 반대급부도 가져왔으며, 소득은 양극화의 길로, 끝도 없이 늘어만 가는 부채는 점점 국가마저 압박하기 시작했단 경제뉴스를 볼 때면 머리에 쥐가 나곤 한다. 어떻게 하면 이 불안하고 혼탁한 시기, 경쟁자들을 헤치고 성공적인 제 2의 인생을 개척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실무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선배들의 뜨거운 조언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될 듯 싶다. 다양한 사업체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조재황씨가 지은 '창업상식사전'은 다소 딱딱하고 거창한 제목에 나름 두툼한 분량을 가졌지만 창업에 대한 마인드에서부터 사업계획, 조직구성, 재무지식과 마케팅, 인사 관리까지 근본적인 방향과 노하우들을 꼼꼼히 수록하고 있다. 책을 읽기 전엔 다양한 예시들을 늘어놓고 적절하고 효율적인 어드바이스를 곁들인 실무적인 쪽집개 과외식의 창업 서적이 아닐까 싶었는데, 오히려 기본과 정석에 충실한 경영개발서에 가까웠다. 동네 중국집을 염두해둔 창업보다(물론 여기에도 적용가능하지만), 전국에 있는 중국집 프랜차이즈를 만들 스케일과 배포, 경영마인드를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사업'에 대한 지은이의 철학과 이념을 말하고자 했던 게 아닐까 싶었다.

    크게 창업자의 마인드, 사업계획, 조직구성, 재무지식, 마케팅, 인사관리 그리고 경영자의 마인드 등 7개의 대주제로 나눠진 이 책은 각 장마다 짧고 핵심적인 2~3장의 요약을 통해 쉽게 간결하게 실무적인 노하우와 지은이 자신이 깨우친 지혜를 들려주고 있다. 각 파트별로 체크리스트를 준비해 초기에 놓치지 말아야할 기본 상식들을 점검할 수 있게 도와주며,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객관적이고 신중한 조언들을 통해 모나고 삐뚤어지지 않은 건전한 기업문화를 창출할 수 있도록 충고한다. 게다가 가족경영, 경영위기, 휴업과 같은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도 과감없이 담아내고 있으며, 뻔한 말처럼 들리지만 창업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경영자 마인드의 중요성을 다시금 환기시키며 행동 원칙과 습관에도 철학과 정신을 부여할 것을 누차 강조한다. 별책부록으로 실린 각종 창업지원금 23곳에 대한 깨알같은 소개 또한 인상적이다. 정말 이렇게 지원해주는 곳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모르면 손해인 정부지원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현재 경영인의 시점으로 창업을 바라보고 있는 터라, 소자본 소규모 창업이나 장사에 대해선 맞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 보다 다양한 에피소드나 실무적인 예시가 수록됐다면 덜 딱딱하게 읽히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무엇보다 창업에 대한 ABC를 쉽고 빠르게, 그리고 기본에 충실히 전달한다는 점에서 지금같이 불안한 시기 이 책의 효용가치는 더없이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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