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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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파인더스 키퍼스'책|만화|음악 2016. 7. 14. 20:24
스티븐 킹의 따끈따끈한 새 책 [파인더스 키퍼스]가 손에 들어왔을 때, 로스스타인의 18년만의 신작을 손에 넣은 ‘모리스’의 심정을 일부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작년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읽은 후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뭐 물론 그래봤자 1년 남짓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제왕의 새 책이니까 모리스가 작중의 책 ‘러너’에 대해 애지중지하던 심정(!!)에 한껏 몰입해 아껴 읽었다. 아니 아껴 읽으려 했다. 물론 그건 불가능에 그치고 말았지만. 쉴 새 없이 넘어가는 페이지를 잡기란, 또 번개총알 같이 흘러가는 시선을 막아보기란 시간을 달려서 어른이 되고 싶어 했던 ‘여자친구’들의 마음과 비슷했다. 킹의 마수에 사로 잡혀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끝장이었다. 마지막의 작지만 압도적인 인물들의 교차 진행에 책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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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별도 없는 한밤에'책|만화|음악 2015. 9. 23. 07:56
해야 할 일이 잔뜩 밀려있는 와중에도 스티븐 킹의 새 중편집 [별도 없는 한밤에]를 읽었다. 장편이었다면 몇 번이나 흐름이 끊겼을지 모른다. 아니 솔직해지자. 장편이었다면 아예 일을 잠시 접고서 쭉 읽었겠지. 스티븐 킹은 내게 그런 마력을 주는 작가니까. 그의 소설은 그만큼 절대적이다. 첫 문장을 읽은 순간부터 메두사 눈빛에 굳어버린 석상이 되듯 마지막 문장까지 움직일 수 없게 만든다. 그 마법에서 간신히 헤쳐 나오면 어느새 타임 슬립을 한 거처럼 시간이 저만치 흘러가 있다. 그러나 이번엔 4개의 중편이 모인 책이라 부담 없이 끊어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중편집은 각 이야기 사이마다 쉬어갈 틈이 필요하다.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다 읽어 내려가기 보단, 한편 한편이 끝나고 그 이야기의 여운을 느끼고 곱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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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코르테스의 '베리드'영화|애니|TV 2010. 11. 21. 02:29
한 명의 배우, 하나의 공간으로 90분간 숨막히게 만드는(문자 그대로 숨이 턱하고 막힌다!) [베리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확장성을 지닌 영화다. [큐브]나 [쏘우]같은 영리한 상업 장르 영화로 나아갈 수 있는 아이디어를 충분히 갖췄음에도, 현 시점의 세계와 사회 그리고 삭막하기 그지 없는 인간 관계에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묵직함이야말로 이 영화가 가진 진정한 영리함이 아닐까. 극단적인 폐쇄성과 한계성으로 무한한 화두를 꺼내는 감독의 능수능란한 호흡과 작가의 발상에 다시 한 번 감탄을 금할 수 없을 뿐이다. 자연스럽게 어둠을 가져와 보는 이마저 호흡곤란의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지게 만드는 영화 속 상황이야말로 호러블하기 그지없다. 마치 가위눌림의 기분이랄까. 폐쇄공포증이나 어둠에 대한 두려움이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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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外의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두 번째 방문'책|만화|음악 2010. 9. 30. 23:48
내 집을 장만해 이사온 아파트에 알 수 없는 소음이 들려온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 캠코더로 찍히는 여인의 정체는? 길 위에서 만난 여자에게 납치되는 남자. 꿈꾸는 기계 속에 들어간 데이트 커플. 몸 전체에서 일어난 알 수 없는 통증으로 변해가는 남자. 크리스마스에 시작되는 산타의 피의 보복. 전신마비 환자에게 닥친 줄어드는 아파트. 불법 이민간 부부의 힘겨운 타지 투쟁기. 그리고 산장 속의 살육 돌림빵. 9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한국 유일의 공포 단편선 시리즈 시즌2. 명백을 이어나가는 건 좋지만 시각적이고 말초적인 공포에 편중된 들쑥날쑥한 기량이 아쉽다. 사지절단 피칠갑의 고어와 단적인 설정만이 무서움이 될 수는 없는 법, 오컬트와 이상심리, 악마주의와 고딕, 민담설화 등에 걸친 다양한 스타일의 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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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힐의 '20세기 고스트'책|만화|음악 2010. 2. 17. 23:55
어둠의 미학은 보이지 않는 데 있다. 어둠은 모든 걸 가리고, 어둠은 시작인 동시에 끝이며, 어둠은 무엇보다 강하다. 그 속에서 가감없이 솔직해지고, 그 솔직한 심연은 불안을 조장하며, 불안은 자꾸 상상하게 만든다. 그 불유쾌한 마음 속 물음들이 바로 순수한 공포고, 그 의심과 무서움이 심신을 자극해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며, 아찔한 흥분과 체념 상태의 안도감을 선사한다. 어둠은 그런 감정들의 총합이자 그릇이고, 매혹적인 화폭이자 헤어나올 수 없는 언어며, 극단성의 쾌락을 선사하는 동시에 중독되는 마법인 것이다. 조 힐은 그런 어둠의 본질을 신인답지 않은 필력으로 명확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기괴하면서 때론 슬프고도 처참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는 이 시대의 새로운 카프카 Kafka고, 새로운 러브크래트프 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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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앙 알바트의 '팬도럼'영화|애니|TV 2009. 10. 30. 23:21
폴 앤더슨의 [타우제로]를 떠올리게 만드는 기둥 컨셉에, [에일리언]과 [디센트], [딥 라이징]이나 [다크 시티], [큐브], [레지던트 이블]과 [이벤트 호라이즌] 같은 SF 호러무비들을 섞어 부대찌개식으로 내놓은 [팬도럼]은 같은 잡탕형 B급 SF 무비를 지향하지만 [디스트릭트 9]과는 조금 궤를 달리 한다. 미디어와 사회 풍자적인 시선이 가득했던 좌파(?) 블롬캠프와 달리 우파(?) 크리스티앙은 조금 더 고전적이고 본질적인 장르 규칙을 충실히 이행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선하고 패기 넘치는 맛은 좀 부족하지만, 보다 쉽고 노련하게 접근하는 재미가 있다. 기시감이 가득한 장면들과 마주치는 것도 반갑고. 주인공 바우어야 죽도록 고생하지만 그럴수록 관객들은 점점 더 신이 난다. 언제나 익숙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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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주의 '불신지옥'영화|애니|TV 2009. 8. 25. 23:54
강렬하진 않지만 은은한 공포, 놀라지는 않지만 스리슬쩍 소름 돋는 끈쩍함은 말초적이고 잔인한 요즘 호러와 살짝쿵 거리를 둔다. 맹목적인 믿음에 대한 슬픈 우화인 이 영화는 특정 종교나 무속신앙을 지칭하며 불편함을 강조하기보단 소극적인 방식으로 광신에 대한 현대인의 자가당착을 표출하고 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조금 더 종교적이고, 더 센세이셔널하게 막나가는 불경함을 기대했건만, 감독은 [소름]이나 [거미숲], [로즈메리의 아기] 식의 근원적인 두려움을 원했던 것 같다. 가족이라는 거대 담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조그마한 비판이자 성찰기로 봐도 좋을 듯. 문제는 호러로 포장된 이 서스펜스 추리극에서 관객들이 느끼는 지점의 공포는 과연 어느 정도냐는 것이다. 감정적인 동화와 이해없이 말초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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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메 콜렛 세르라의 '오펀 : 천사의 비밀'영화|애니|TV 2009. 7. 28. 23:55
아이의 순수성을 무지에서 오는 잔인함으로 받아들였던 샘 페킨파는 종종 그 무자비한 자신의 세계관속에 아이들을 등장시켰다. 가증스러울 정도로 천진난만한 외향과 영악한 보호본능을 무기삼아 어른들로부터 태연스레 승리를 쟁취하는 그들은 작은 악마에 가깝다. 주인공임에도 전혀 응원할 수 없을 정도로 사악했던 [나홀로 집에]의 케빈처럼. 악의 없는 그들의 행동이 몰고 오는 파탄이야말로 막을 수 없는 재난이라 믿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본심은 그래서 호러라는 장르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지도 모른다. 여기서 아이들은 단순한 피해자라기보단 섬뜩하고 사악한 가해자에 가깝고, 이는 [오멘]이나 [옥수수밭의 아이들], [갓센드], [사일런트 힐] 등에서도 잘 드러난다. [오펀 : 천사의 비밀]의 기조도 이에 충실하다. '여자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