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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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드리스켈의 '그레타의 일기'책|만화|음악 2016. 5. 31. 02:57
척 드리스켈의 [그레타의 일기]는 자뭇 흥미로운 설정으로 시작한다. 히틀러에게 알려지지 않은 유태인 정부가 있었고, 그녀가 히틀러의 유태인 사생아를 낳았다는 기록이 담긴 일기가 발견된다는 것.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진짜라면 그 기록에 대한 관심사와 그 핏줄에 대한 관심사가 폭발적으로 쏟아질 건 자명한 사실. 일기를 발견한 우리의 주인공 게이지 하트라인은 고민에 빠지게 되고, 때마침 그의 주변에선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유전공학을 활용해 맹글러 박사의 야욕을 다뤄 충격을 주었던 아이라 레빈의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이나 역시 나치즘의 끔찍한 미래를 세팅해 반전의 묘미를 주었던 앨런 폴섬의 [모레]처럼 이 소설 역시 충격적이고 전복적인 세팅으로 독자들의 구미를 확 끌어 당기는데 성공한다. 게이지 하트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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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보울러의 '블러드 차일드'책|만화|음악 2011. 10. 6. 23:34
뺑소니 사고로 기억상실을 경험하게 된 소년. 자신이 누군지 알 수 없는 혼란스런 상황 속 의식의 한편에선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머리칼, 푸른 눈동자의 소녀와 마주친다. 어디선가 본 적도 없는 그 신비스러운 모습에 소년은 천사라 칭하지만, 자신의 과거조차 완벽히 복구되지 않은 그에게 적지 않은 두려움과 혼돈의 대상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때론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때론 불안하고 불길한 징조로 다가오는 그 실체에 소년은 당황하지만, 이는 이미 자신이 사고를 당하기 전부터 겪고 있었던 문제라는 걸 부모와 마을 사람들을 통해 깨닫게 된다. 더욱이 그런 자신의 모습이 그렇게 환영받는 처지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며, 불편한 과거와 두려운 환영의 공존은 감수성 예민한 소년의 심리와 정체성을 마구 짓밟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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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7년의 밤'책|만화|음악 2011. 4. 6. 06:14
세상의 모든 부정(父情)이 부정(不淨)하다면 그건 부정(不正)한 일일 것이다. 그럴 일이 없기만을 두 손 모아 닳도록 빌 뿐이지만 현실 저편에서 들려오는 뉴스의 태반은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자극적이고 인면수심의 파렴치한 범죄와 폭행의 흔적들이다.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싶을 만큼 잔인하고 엽기적인 수준까지 다다랐다. 상식과 도덕이 땅에 떨어지고 감정과 본능만이 남아 꿈틀대는지 그런 사건사고에는 도통 이성과 논리가 끼어들 틈이 없다. 술이라는 이유로 감형되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화합과 용서를 구하는 현실이 더 이상 그대로 용납되어선 안된다. 그러나 그 상황을 바로잡기엔 우리나라 경찰들은 너무 할 일이 많고, 과거 정권에 빌붙어 사법살인까지 자행했던 법집행부는 무능하기 짝이 없으며, 정치권은 부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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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런 코벤의 '결백'책|만화|음악 2010. 9. 9. 23:45
전과를 저지른 남자가 새출발을 마음 먹고 여자랑 결혼한다. 근데 이 여자 수상하다. 누가 할런 코벤 소설이 아니랄까봐 벌써 도입부부터 사람을 잡아끄는 설정이 눈에 띈다. 뒤통수 치는 반전? 당연히 있다. 심플한 설정과 달리 비비 꼬아놓은 구조는? 물론. 그게 없으면 이 두께의 코벤 소설이 나올 수 없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의 기차놀이는 여전하고, 떡밥 던지는 솜씨는 제프리 디버 못지 않다. 근데 슬슬 그의 패턴이 익숙하다. 공식도 빤히 드러나는 것 같고. 해피엔딩은 즐겁게 책을 덮을 수 있게 하지만 휘발성이다. 그 즉시 전작이었던 [영원히 사라지다]와 내용이 헷갈리기 시작한다. 근데도 붙잡으면 끊임없이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결말 뻔히 알고 보는 통속적인 할리우드 비짜 스릴러 영화들처럼. 예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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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디버의 '본 콜렉터'책|만화|음악 2010. 8. 13. 23:42
한달이 조금 안됐지만 기브스하고 누워있으면서 가장 몰입이 잘됐던 건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였다. 물론 [본 콜렉터]를 이미 영화로 먼저 봤다는 것도 무시 못하겠지만, 무엇보다 전신마비로 목과 왼쪽 손가락만 움직일수 있는 상황이 (물론 내가 조금 낫겠지만) 나름 비슷하다 여겨진 동질감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허나 침대에 누워 성질을 내면서도 번개 같은 머리를 팍팍 굴려대는 라임의 카리스마가 더위와 노트북 열기에 간신히 허덕거리며 비실댄믄 내 초라한 몰골에 너무나도 비견됐기에, 더군다나 내 곁엔 수족처럼 돌아다니던 안젤리나 졸리 같은 여순경도 없었기에, 비교는 곧 열폭과 자학으로 그치고 말았다. 안락의자 탐정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진짜 침대 밖으로는 활동이 불가능한 법과학자를 등장시킨 제프리 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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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의 '악마를 보았다'영화|애니|TV 2010. 8. 12. 13:15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복수의 가장 좋은 정의는 받은 만큼 (이자 치면 더 좋고) 돌려주는 것이다. 제삼자가 되어선 전혀 모를 그 감정, 그 기분은 심지어 원인제공자도 당사자가 되지 않고선 실감할 수 없다. 사회에선 법과 용서라는 제도적 장치와 양심을 원하면서도 막상 자신에게 닥치면 이율배반적으로 복수의 테마를 쉽사리 꺼내드는 건 그만큼 감정적이고 원초적인 해결책인 동시에 확실하고 통렬한 쾌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건 자연의 법칙이고 본능이니까. 자가당착의 딜레마와 지독한 허무감을 수반하면서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자경단류의 영화나 복수담에 집착하는 건 그래서 어쩔 수 없다. 악마를 보았고, 그에게 당했다면, 자신이 악마가 되는 수밖에 없다. 김지운은 박찬욱과 다른 방식의 복수담을 펼쳐보인다. 잃어버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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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디버의 '남겨진 자들'책|만화|음악 2010. 7. 29. 18:33
이 소설, 양파다. 까도 까도 끝나지 않을 음모와 배신에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제프리 디버는 최소한의 정보만 독자에게 던져준 채 사건을 진행시키며 관점을 뒤집는 마력을 선사한다. 초중반 서바이벌에 가까운 혹독한 모험기와 도망자의 스릴을 섞어 땀을 쥐게 하더니, 후반에 들어선 뒤통수 치는 반전을 앞세워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게 만든다. 거대한 음모가 튀어나올 것 같던 교차의 스케일도 갑작스레 대변모, 템포를 달리하는 막판의 급작스런 결말엔 가히 대략 난감, 다소 어이가 없을 정도. 알고보니 이 소설, 양파가 아니라 양배추다. 까도 까도 끝나지 않을 껍데기를 다 벗겨보니 안은 텅 빈... 그럼에도 바삭 바삭하니 씹어먹기엔 양도 많고 풍성한 질감의 미각을 선사하는 그런 소설. 제프리 디버는 깊고 굵은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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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구의 '시크릿'영화|애니|TV 2009. 12. 12. 22:27
이 영화, 번안극 같다. 어느 정도 그의 입김이 묻어있던 [세븐 데이즈] 역시 미드 느낌이 강했다. 차림상은 좋은 편이다. 형사의 아내가 범인으로 몰리고, 실제로 아내는 범죄 현장에 있었다. 피해자의 형인 조폭 두목은 경찰보다 빨리 범인을 잡아 아작내려 한다. 세련된 듯 익숙한 듯 그럴듯한 뉘앙스를 풍기지만, 대사도 연기도 미술도 모두 수입해다 지금 막 꾸며놓은 듯 어색하다. 영화 속 인물들은 비밀에 쫓기느라 숨기느라 캐내느라 바쁘지만, 정작 영화 밖 인물들은 그 비밀이 궁금하지 않다. 지리한 설명과 뽕발만 풍기는 개폼에 서서히 지쳐만 갈뿐. 그나마 [세븐 데이즈]는 납치라는 타임 어택이라도 있었지, [시크릿]은 이도저도 없이 분주하게 시늉만 내다 끝나버린다. [백야행]이 실패한 짝통이라면 [시크릿]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