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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티븐 킹의 '파인더스 키퍼스'
    책|만화|음악 2016. 7. 14. 20:24

     

    스티븐 킹의 따끈따끈한 새 책 [파인더스 키퍼스]가 손에 들어왔을 때, 로스스타인의 18년만의 신작을 손에 넣은 ‘모리스’의 심정을 일부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작년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읽은 후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뭐 물론 그래봤자 1년 남짓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제왕의 새 책이니까 모리스가 작중의 책 ‘러너’에 대해 애지중지하던 심정(!!)에 한껏 몰입해 아껴 읽었다. 아니 아껴 읽으려 했다. 물론 그건 불가능에 그치고 말았지만. 쉴 새 없이 넘어가는 페이지를 잡기란, 또 번개총알 같이 흘러가는 시선을 막아보기란 시간을 달려서 어른이 되고 싶어 했던 ‘여자친구’들의 마음과 비슷했다. 킹의 마수에 사로 잡혀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끝장이었다. 마지막의 작지만 압도적인 인물들의 교차 진행에 책장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 책이 다 눅눅해져 있었다. [파인더스 키퍼스]를 덮었던 대다수의 독자들처럼 동그랗게 떠진 눈과 머릿속에 새겨진 의문부호(인지 충격의 느낌표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를 제거하지 못한 채 어느새 자연스레 다음 권에 대한 정보를 찾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한탄! 미국에선 얼마 안 된 6월 초, 삼부작의 마지막인 [엔드 오브 왓치 End of Watch]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런 망할. 또 1년을 기다려야 돼?! 모리스처럼 역자님 댁으로 책 들고 찾아가야 하나.

    [파인더스 키퍼스]는 작고 야무지다. 전반적인 세계관과 인물들을 소개, 탐색해가며 천천히 시동을 거는 [미스터 메르세데스]와 달리 거두절미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킹만의 장르가 뒤틀린 하드보일드를 펼쳐보였던 전작과 달리 고전적이지도, 장중한 대결을 향해 내달리지도 않는다. 대신 대단원을 향해가는 중간 기착점이자 작은 소품으로서 그 야심과 목적을 절대 잊지 않는다. 그의 많은 작품에서 등장하던 ‘소설에 대한 소설’인 동시에, 메르세데스 월드에서 중요한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사실 이 소설에서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빌 호지스와 홀리, 제롬 삼인방의 역할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오히려 극을 이끄는 건 새로운 인물들인 모리스와 피트의 대결이다. 둘은 서로 같은 공간과 취향을 공유하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자극과 사건에서 발버둥치지만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서로가 닮았음을 알기에 누구보다 치열하게 맞부딪친다. 40년의 격차를 오가며 촘촘히 직조된 그들의 불행진 삶을 벗어나기 위해 둘은 각기 자신만의 방법으로 노력한다. 하지만 모리스의 비극이 지극히 개인적이었다면 피트의 비극은 현재 미국 사회구조적인 영향 하에 놓여 있다는 게 조금 다르다. 그 두 시대를 바라보며 살아온 킹은 시대가 변하며 개인에게 닥친 공포와 두려움의 무게가 어떤 건지 충분히 비교해가며 전달하고 있다. 물론 그들은 전작에 언급된 메르세데스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킹은 전혀 인물들을 그 제한 속에 가둬두려 하지 않는다. 이전의 세 주인공 달리 자유스럽게 美문학사에 대한 칭송을 늘어놓으며 소설의 마력에 대해 설파하는 그들의 주장이 - 피가 난무하는 처절함 속에서도 - 귀엽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미저리] 이후 가장 무서운 ‘문학 강도’라 할 수 있는 모리스의 집착과 광기는 비정상적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그를 이해하고 동정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건 우리 모두가 하나의 독자이기 때문이다. 피트도 그걸 알고 있으며 심지어 자신도 닮아가게 될까 두려워하는 공포가 대결 내내를 지배한다. 재미를 독식하고 자신만이 그 가치를 알고 있다는 문화의 상대적 우월감은 이 게임의 고삐를 쥐고 있으며, 아울려 현재 정보에 눈이 먼 채 뒷담화와 가쉽에 매달리는 현재 엔터테인먼트의 세태를 짚기도 한다. 앤디 같은 인물이 바로 그런 속됨을 대표하고 있으며 그는 작품 내에서 가장 과격스럽게 응징(!)당하고 있다. 살짝 뒤로 물러나긴 했지만 여전히 빌 호지스를 포함한 ‘파인더스 키퍼스’ 삼인방은 매력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으며, 앞뒤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분(?)의 영향력이 소설 내내 깔려 깔깔한 뒷맛을 남긴다. 사실 이 소설 역시 [미스터 메르세데스]처럼 플롯은 복잡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전작과 유사한 단순한 양자 대결담을 메인 기둥으로 삼았다. (이건 삼부작을 마무리 짓는 [엔드 오브 왓치]도 마찬가지일 거라 예상한다.) 전작에 비해 단서들도 쉽고 인물들이 교차돼 이야기를 진행하지만 하나의 결말을 향해 쭉 내달리고 있다. 극적인 장면을 넘어가는 방식도 사실 상투적이다. 하지만 킹의 화술은 그 상투성마저 혀를 내두르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어떻게 진행될 지 뻔히 알지만 알면서도 꼼짝 못하고 당하는 오승환의 공처럼 독자들은 그 수법에 철저히 당하고 만다. 영상화된 킹의 얘기들이 대다수 재미없어지는 건 바로 그의 놀랄만한 필체가 휘발돼 버리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아무나 재밌게 말 할 수 없듯, 킹이 다루는 이야기는 킹이 직접 말해야 재밌다. 그가 쓰는 제품 설명서도 아마 재밌을 거라 단언한다.

    빌 호지스 삼부작은 어떤 식으로 마무리 될까. 일종의 ‘오두막’ 슬래셔(Slasher)로 시작해 스플래터(Splatter)로 변화한 [이블데드] 시리즈처럼 킹만의 하드보일드로 시작했던 이 이야기는 완벽한 킹의 세계로 진입하게 될지 모른다...는 망상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그 결과는 대망의 삼부작 마지막 권인 [엔드 오브 왓치]가 오롯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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